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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3.11 18:01:53
  • 최종수정2026.03.11 18:01:53

함무성

수필가

2월 눈이 분분하다. 숲속마을 연못가의 버들강아지는 기어이 꽃눈을 틔우는데 그들도 지금쯤 햇살의 온도를 재고 있을까. 매끈한 연미복 차림의 메뚜기, 종일 잉잉거리던 벌, 고독한 왕거미, 당랑권을 자랑하던 사마귀들이 사라진 겨울은 삭막했다.

겨울은 쉼의 계절이다. 그러나 숲속의 곤충들에게는 사중생死中生의 계절이기도 하다. 왕거미는 자기가 친 거미줄조차 먹어치우며 나무껍질 사이에 알을 낳고, 사마귀는 나뭇가지 사이에 거품을 품어 알집을 붙였다. 메뚜기는 땅속에 아교질로 싸인 알 무더기를 정성껏 묻었다. 산란 후 생을 마친 그들을 새들이 먹고, 개미들은 합심하여 제집 속으로 양식을 끌어 들였다. 치열하게 살았을 생의 무대 끝에 'end' 를 남기고 장엄하게 떠난 그들은 어떻게 다시 돌아올까.

변온동물인 두꺼비와 뱀은 남향의 돌 틈과 고목의 뿌리 안에 몸을 숨겨 겨울을 이겨내고 군대같이 무장했던 말벌들은 찬바람이 몰려오면 여왕벌을 남겨두고 스스로 죽는다.

여왕벌은 숲속 나뭇잎아래서 겨울잠을 자고 이른 봄부터 홀로 집을 짓고 알을 낳는다. 여왕의 책임은 무겁다. 여왕의 알이 늘어날수록 일벌들은 부지런히 집을 키워서 6~7월이면 축구공만큼 커진다. 수요에 맞추어 공급을 늘려가는 말벌들의 전략은 주택난에 허덕이는 우리네보다 공평하다.

지난해 여름이었다. 숲속마을 입구에 있는 왕 소나무에 배구공만한 말벌집이 달렸다. 신 중년 마을주민 서넛이 말벌 집 사냥을 모의했다. 늙은 소년들은 찌는 무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중무장을 한 다음 말벌 집 포획에 성공했다. 사냥꾼들은 전리품을 들고 마을 회장님 댁에 모여 말벌 애벌레를 메뚜기 볶듯 볶았다. 막걸리 안주로 할 요량이었다. 먹혀야 번성하고 먹어야 생존하는 게 자연스런 생태계의 순환이라지만 숲속마을 아낙들은 그날의 남편들이 미웠다. 무엇이든 먹고, 많이 먹는 지구상의 최상위 포식자는 인간이 아닐까.

3월의 산그늘에는 아직 눈이 남아 있지만 햇살은 따스하다. 양지의 흙도 들숨 날숨을 쉬며 촉촉하다. 적도화와 울타리의 죽단화가 정원을 붉고 노랗게 물들이겠지만 나의 봄은 꽃만으로 완성할 수는 없다. 메뚜기, 벌, 철학자 같은 왕거미, 왕방울 눈과 톱니로 무장한 거대한 앞다리를 치켜들고 나를 가로막던 당돌한 사마귀, 그 괴상하게 생긴 녀석도 돌아오겠지. 지구상에서 인간과 자연 사이를 이어주는 생태 균형자들을 기다리는 것은 그들의 생명력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큼직한 돋보기를 체리나무 가지에 대어본다. 사마귀 알집이 단단히 붙어있다. 따듯해지면 그 속에서 수 백 마리의 새끼들이 구멍을 뚫고 실지렁이 모양으로 기어 나올 것이다. 마을 연못에 두꺼비의 알도 긴 끈처럼 수초사이에 늘여져 있겠다. 한천에 싸인 알주머니에는 몇 천개의 알이 자라지만 그 또한 물고기나 새끼 뱀의 먹이다. 검은 두꺼비 올챙이도 어른으로 자라기까지는 엄청난 생존전략 필요하다.

두꺼비는 재복의 상징이라 한다. 비 오는 날 두꺼비가 어슬렁거리며 잔디 마당으로 올라오면 마을 주민들은 서로 우리 집에도 재복의 두꺼비가 왔다고 자랑하는데, 시멘트로 마당을 덮은 윗집에는 입구에 큼직한 돌 두꺼비를 앉혀 놓고 재복을 기다린다고 했다.

숲속마을에 그들조차 없다면 그 다양하고 흥미로운 그들 삶의 궤적을 어디에서 찾을까. 어미의 모습 그대로 다시 돌아오는 그들을 기다리는 봄은 나를 설레게 한다. 이토록 여리고 아름다운 약자들이 태어나야 진정 '봄이로구나!' 할 수 있지 않을까.

돌아온 그들이 스스로를 완성해가는 공간에서 내 눈과 귀를 더 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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