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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3.11 18:00:54
  • 최종수정2026.03.11 18:00:54

김혜식

수필가

인간을 열락(悅樂) 세계로 이끄는 게 성(性)이다. 하지만 이것이 안겨주는 쾌락을 지나치게 탐닉하면 파멸에 이르기도 한다. 비근한 예로 사회 지도자층들이라 칭할 정치인들 경우만 해도 그렇다. 이들이 지난날 상식에 벗어난 부적절한 일로 높은 신분의 옷을 허무히 벗었다. 그중엔 성희롱, 성폭력 등에 연루 돼 스스로 목숨까지 끊은 정치인도 있다. 이로보아 성은 예로부터 개인적 인생사는 물론이려니와 역사의 흥망성쇠도 쥐락펴락 한 듯하다. 그 질곡 속을 자세히 살펴보면 인간의 육체는 문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자리매김 하기도 하였다.

다 아다 시피 고대 중국 은(殷)나라 경우만 해도 그렇잖은가. 당시 주(紂)왕이 달기(妲己)가 보낸 색기(色氣) 유혹에 빠지지만 않았더라면 은나라 운명은 어찌됐을까. 또한 줄리어스 시저가 세기적 미인 클레오파트라에게 매혹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세계 역사는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성적 유희에 관심을 가진 것은 단순히 육체적 쾌미(快味)에 의해서였을까· 그렇다면 이것은 인간의 본능 때문 일까· 왠지 궁금증이 인다. 무엇보다 이 생각에 잠긴 것은 얼마 전 뉴스에 의해서이다. 중증 장애인 시설 원장이 그들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성폭력까지 하였다고 한다. 이 사건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우연히 펼친 책자 내용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후쿠다 카즈히코가 지은 『섹슈얼리티 성 문화사』 라는 책이 그것이다. 이 책 「원시 시대의 성 생활」이란 제 호에 나오는 내용에 의하면 인간이 성적 유희에 눈을 뜬 시기는 무려 60 만 년 전 일이란다. 이 때 인간이 빙하기에서 살아남아 농경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삶이 윤택해진 결과라고 이 책은 밝히고 있다. 당시엔 성 생활도 유인원과 별반 차이가 없었단다. 이는 인간도 일반적인 포유류의 신종에 불과 해서란다.

그러나 이런 부류의 동물과 다르게 인간은 처음엔 네 발로 기어 다니다가 대뇌 기능 발달로 직립 보행으로 진화하였다고 했다. 그리곤 두 다리로 걷게 된 인간은 호모 페이버(노동적 인간,Homo Faber), 호모사피엔스(지적 인간,Homo Sapiens), 호모루덴스(유희적 인간 Homo LUdence)로 성장했나보다.

특히 인간이 호모루덴스(유희적 인간 Homo LUdence)으로 진화한 까닭에 새로운 세계를 동경하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본성을 지니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아무리 이것이 인간이 지닌 본능이라고 하지만, 약자에 대한 성적 학대나 성폭력은 사람의 탈을 쓰고 행해선 안 될 파렴치한 일이다. 중증 장애인, 그들은 누구인가. 정상인들보다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열악하고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을 누구보다 보호하며 돌봐줄 시설 책임자가 오히려 성적으로 고통을 주고 성폭력까지 행하다니…. 이렇듯 장애인들 인권과 인격을 짓밟은 비인간적인 그의 비뚤어진 유희 행태는 생각 할수록 분노가 치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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