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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화

무심수필문학회 회장

친척 혼인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른 아침 KTX를 탔다. 객실에서 광주 시내의 가볼 만한 곳을 검색했다. 돌아오는 차표가 저녁 시간이다. 미지의 도시를 탐방할 수 있는 오후가 작은 설렘을 준다.

예식이 끝나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들어섰다. 아시아문화박물관에서 실크로드를 따라 이동하고 교류했던 각국의 문화유산을 관람했다. 기획전시실에 들어서니 <꿈의 기록>이란 주제로 故 김한용의 사진전 열리고 있다. 보도 사진 작가가 남긴 1950~70년대 격동기의 사진 작품이 시간을 되돌려 놓았다. 전시 서문 내용 중에 '개인의 꿈이 집단이나 민족의 꿈과 무관하지 않다'라는 대목에서 잠시 멈췄다. 현재 우리의 꿈과 삶에 관한 질문을 받아 들고 걸음을 옮겼다.

넓은 로비를 가로지르자 자연스럽게 도서관으로 들어선다. 도서관과 전시관의 경계가 없다. '라이브러리 파크(Library Park)', 도서관과 공원의 개념을 결합했다는 공간이 이색적이다. 획일적이지 않은 열람실이 하나의 거대한 설치미술 작품처럼 조화롭다. 열린 서가의 구조가 편안하다. 여느 익숙한 도서관과 다른 느낌이다. 책장 군데군데에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여백을 들여놓았다. 책과 책 사이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게 디자인되었다. 비어 있는 그 공간에 앉으면 또 하나의 책으로 존재할 것 같다.

서가에 꽂힌 책들을 훑다가 독서 삼매경에 빠진 한 남자아이를 발견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는 즐비한 책 사이에서 미동도 없이 책과 하나가 되었다. 측면으로 앉은 아이의 모습이 미학적 공간 연출을 위해 배치한 조형 예술 작품처럼 보인다. 마침 눈에 띈 책을 빼내어 들고 나도 아이처럼 신발을 벗고 앉았다. 작은 방처럼 아늑한 공간이 편안하게 내 몸을 받아준다.

'안토니오 스카메르타(Antonio Skarmeta)'의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를 펼쳤다. 두껍지 않은 책이 어느새 나를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이탈리아의 작은 해안 마을로 데려다주었다. 오래전에 감상했던 '일 포스티노(Il Postino)'라는 영화의 원작이 이 소설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책장을 넘기며 옛 친구들과 재회하듯 반가운 장면을 마주한다.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잔잔한 감동이 되살아난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우편배달부 '마리오'의 이야기다. 특별한 반전 없이 호수에 번지는 파문처럼 조용히 다가왔던 감동이 새롭다.

정치적 망명으로 이탈리아의 작은 섬 '이슬라 네그라'에 머물게 된 시인 네루다와 그를 동경한 우편배달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서사가 훈훈하다. 특히 '메타포'에 대한 두 사람의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하늘이 울고 있다고 말하면 무슨 뜻일까·"

"참 쉽군요. 비가 온다는 거잖아요."

마리오의 따분한 일상이 시적인 삶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사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자. 그의 언어는 푸른 바다 수면 위로 솟구치는 물고기처럼 반짝인다. 시詩가 한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잉여의 시간, 은유의 바다에서 보낸 오후가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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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문화영토 넓힌 4년…변광섭 대표 "저의 꿈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충북일보] 청주의 문화영토를 넓히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대표이사가 지난 4년을 "매 순간 가슴이 뛰는 일들의 연속이었다"고 돌아봤다. 지난 2022년 11월 취임해 약 4년간 청주의 문화예술 현장을 이끌어온 그는 오는 31일 임기를 마무리한다. 취임 당시 청주만의 로컬 콘텐츠를 발굴하고 주요 문화공간을 명소화하며 지역 예술인재를 키우겠다고 약속했던 변 대표는 그동안의 성과와 아쉬움을 함께 전했다. 그는 "아쉬움과 부족함도 있었지만 청주시가 문화적으로 조금씩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은 것은 청주시의 유네스코 창의도시 선정이다. 문화제조창이 대한민국 로컬100에 선정되고 지역문화대상을 수상한 것 역시 주요 성과로 꼽았다. 변 대표는 "크고 작은 전시와 공연, 축제의 장에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웃음과 박수 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졌다"며 "임직원이 함께하고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그가 지난 4년간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청주만의 문화적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지역의 경쟁력으로 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