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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3.08 14:54:57
  • 최종수정2026.03.08 14:54:57

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모네는 '카미유'라는 여인을 주로 그렸다. 그의 작품에서는 따사로운 빛에 반짝이는 여인이 있다. 정성스러운 붓터치는 그녀를 향한 사랑과 설렘이 함께 표현되었다. 모네의 모델이었던 카미유는 연인이 되어 훗날 그와 결혼한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작품 '양산을 쓴 여인'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흰옷을 입고 양산을 쓴 채, 산산한 바람이 부는 들판에 서서 실낱같은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있다. 시선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네를 향하고 있다. 아들과 산책하는 카미유의 모습이다. 가난했던 모네에게 모델이 되어주고 언제나 작품의 영감이 되었다.

"저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합니다."

카미유와의 결혼 생활 중 모네가 지인에게 보냈던 편지의 내용이다. 둘의 결혼을 반대했던 모네의 집안에서 모든 지원을 끊어 버렸다. 생활고 속에서도 아내와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모네는 다양한 모습의 카미유를 그렸고, 1879년 '임종을 맞은 카미유'를 마지막으로 그린다. 둘째 아이를 낳고 급격히 건강이 나빠진 카미유는 결국 32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모네는 점점 창백해지는 아내의 마지막을 화폭에 담으며 슬픈 마음을 애써 억눌렀다.

그리고 싶지 않은 그림을 그린 마냥 거친 붓질에서 죽어가는 아내에 대한 슬픔과 비통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평소 그리던 빛나는 아름다운 여인이 아닌, 서늘함과 애잔함이 서려 있는 모습이다. 작품을 마무리한 후, 우측 하단 서명에 하트를 넣었다. 이 작품은 모네가 평생토록 판매하지 않고 간직했다. 비록 세상을 일찍 떠났지만, 일생에서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대상이 있었고 원 없이 사랑하며 그리워할 수 있는 존재가 있는 모네의 열정적인 삶이었다.

인물화를 그릴 때, 누구든 싫은 사람은 억지로 그리지 않는다. 그 대상을 계속 바라보고 관찰하며 그 인물만의 특성을 살려 그림을 그려야 하기에,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인물을 그리게 된다. 그래서 인물화를 감상하다 보면 대상에 대한 작가의 감정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 감정은 존경심, 경외심, 사랑과 그리움 등을 담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내 모습을 그려주는 경우가 있다. 비록 어린 학생들이지만, 나는 그 순수하고 소중한 마음을 알기에 진심으로 고맙게 간직한다. 좋은 감정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아름다운 추억들과 함께 삶의 커다란 원동력이 된다.

반대로 타인을 비난하고 조롱하며 나쁘게 대하는 악한 마음은 분노와 어둠으로 잠식되어 하나뿐인 인생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들은 타인을 함부로 대하며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어리석은 방식으로 영위한다. 부정적인 에너지는 전염이 되듯, 결과적으로 상대방도 같은 나쁜 감정을 가지게끔 한다. 따라서 누군가가 악하게 대하더라도 발 벗고 나서서 그들과 격렬히 대립할 필요가 없다. 대립이야말로 그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이다. 괴로움을 느끼고 반응하는 자체가 그들에게는 무한한 자양분이자 에너지원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을 담아두지 말고 흘러가도록 하고, 자신 곁의 소중한 사람들과 좋은 감정을 지키며 앞으로 더 나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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