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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3.08 14:56:17
  • 최종수정2026.03.08 14:56:16

박영록

한국교통대 중국어전공교수

지금 사회 일각에서 '3.1절'의 명칭을 '3.1독립선언절'로 바꾸자거나, '3.1 혁명'으로 바꾸자고 하고 있다. 요컨대 '3.1절'은 단지 숫자, 날짜일 뿐이어서 개념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니, '제헌절', '광복절', '한글날'처럼 개념을 직접 표현하는 명칭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해외 사례까지 거론하며 미국은 'Independence Day', 프랑스는 'Bastille Day'처럼 국경일 이름만 들어도 역사적 사건이 떠오르는데, '3·1절'은 외국인에게 의미 전달이 어렵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3.1절의 명칭은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니라 바꾸어선 안 된다. 가장 큰 이유는 '독립선언절'이 3.1절의 넓고 깊은 개념을 축소하기 때문이다. '독립선언절'이란 용어는 민족대표 33인을 중심으로한 엘리트의 의거만 부각 될 따름이다. 본질적으로 '3.1절'은 '단지 숫자', '단지 날짜'가 아니다. 당시 조선이라는 나라가 망했으니, 3.1 만세운동은 슬픈 역사이지만, 한편으로 총독부의 경찰이니 조선인 부역자들이 거미줄처럼 깔려 있는 상황에서 3월 1일에 맞춰 터져 나온 전국적 거사는 우리 민족의 강력한 응집력과 잠재력을 보여주는 세계사적 사건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다른 개념어로 제한할 수 있겠는가·

외국의 사례를 들며, 국경일 이름만 들어도 역사적 사건이 떠오른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가령 7월 4일이 미국 독립기념일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은 실제 독립일이 아니라 '독립선언의 날'이다. 미국은 1774년에 '대륙회의'를 결성하여 1776년 7월 4일, 독립결의안을 통과시키고 본격적으로 영국과 전쟁에 들어갔고, 그로부터 7년 후인 1783년 9월 3일에 파리조약으로 독립을 이루어냈다. 지금 한국 일각의 논리대로 하면 당장 미국부터 기념일 명칭을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프랑스의 경우 'Bastille Day'는 직역하면 '바스티유의 날'이다. 바스티유 감옥 습격으로부터 프랑스 혁명이 시작되었다고 하여 이 말이 '프랑스혁명 기념일'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더 우스운 것은 'Bastille Day'는 영어일 뿐이며 정작 프랑스 사람들은 'le 14 juillet' 즉 '그 7월 14일'이라 부른다. 한국어식으로 말하면 '7.14절'이다.

애국지사들은 1926년에 순종의 장례일 6월 10일에 맞추어 제2의 만세운동을 계획하였다. 그러나 이 거사는 사전에 발각되는 바람에 3.1운동처럼 큰 파고를 형성하지 못하였으나, 이미 독립지사에 대한 체포가 진행되고 군대까지 배치된 상황에서 터져 나온 만세운동이니, 그 열정과 절박함은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3.1절이 '3.1독립선언절'이라면 '6.10만세운동'은 뭐라고 고쳐야 하는 것일까· 용어나 명칭은 태어나면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갖는다. 이미 100년을 살아온 이름을 바꾸려는 것은 문화권력의 오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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