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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단재교육연수원 기획지원부장

"교장선생님, 그네 만들어 주세요. 우리도 그네 타고 싶어요."

신임 교장으로 부임하자 학생들이 교장에게 이구동성으로 소리높여 말했다. 초등학교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네가 없다니 놀랐다. 금방이라도 만들어 주고 싶은데 예산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는데, 때마침 그네 신규 설치 관련 공문이 왔다. 예산을 신청하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나를 볼 때마다 그네 언제 오냐고 물었고 그 간절한 기다림이 지쳐갈 때쯤 예산이 왔다. 모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곧바로 그네를 설치했다. 처음 그네를 개시한 날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교장인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전교생이 그네 주변에 북적거리고, 까르르 까르르 웃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았는지 모른다.

그것도 잠시, 며칠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그네는 단 2개, 겨우 6학급인데도 아이들은 그네를 타겠다고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동작이 빠른 아이가 그네를 독차지하자 아이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짧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타겠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한번 타기 시작하면 쉽게 내려오려고 하지 않았다. 시곗바늘이 째깍째깍 수업 시작 시각을 향해 가면 아이들의 조바심은 극에 달했다. 오늘도 한 번도 못 탔다며 울먹이는 아이도 있었다.

그네가 생기자마자 생긴 불협화음으로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불만 해결을 위해 중재 방안을 찾기 시작했고 아이들도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집이 가까운 아이는 아침을 먹자마자 학교로 달려와 그네를 타는 방법을 찾아냈고, 부모님 차를 타고 하교하는 아이는 엄마, 아빠를 기다리게 하고 그네를 좀 더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일과 중에는 종일 그네 주위에 아이들로 붐볐고, 자리다툼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한참 후, 그네 옆을 지나가는데 알록달록 이상하게 생긴 병이 몇 개가 널브러져 있었다. 누가 쓰레기를 버렸나 싶었는데 가까이 가 보니 페트병이었다. 음료수병 두 개를 구멍 뚫은 뚜껑이 마주 보이도록 붙여놓았고 그 안에는 주황색 모래가 들어있었다. 매직펜으로 1분, 2분, 3분이라고 크게 써놓은 고 요상한 물건이 궁금해서 물어보니,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만든 페트병 모래시계라고 했다. 쉬는 시간에는 1분씩 타고, 점심시간에는 2~3분씩 규칙을 정해서 타는 거란다.

선생님과 아이들의 기발한 생각에 사뭇 놀랐고 기특했다. 처음에는 아웅다웅 다투었고, 다음엔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더니 이제는 창의적인 모래시계를 만들어 활용하는 방법으로 발전해 있었다. 아이들에게 놀이가 필요한 이유이다. 아이들은 놀이터라는 공간에서 친구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작은 관계 속에서 어설프지만, 자기들만의 규칙을 정하고 지키며 함께 공정한 질서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3월 다시 학교가 시작되었다. 게임기를 내려놓고, 컴퓨터 앞에서 벗어나 다시 그네 놀이터에 아이들이 북적북적했으면 좋겠다. 조금 다투더라도 그네 위에서 발을 굴러 멀리 몸을 날리면서 몸 근육도 마음 근육도 자라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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