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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고 교장

개인으로든, 직장이나 조직의 역할 수행자로든 수많은 관계 속에서 맞닥뜨리는 온갖 상황들에 동원되는 기준들은 나름의 일관성을 요구한다. 우리는 어떤 기준이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상식을 가지고 있으며, 가능한 그것을 지키고자 의도한다. 스스로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 역시 그러하기를 기대한다.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은 신뢰와도 연결되므로 가벼이 다룰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일관성의 곁에는 늘 딱딱함이 따라다닌다. 길을 가되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 일관성이며, 길의 흔적이 희미해지면 적어도 나아가는 방향을 굳건히 지키는 것이 일관성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모호하게 예외로 돌려버릴 기준 적용은 가능한 없어야 하고, 취한 듯 흔들리며 이리저리 오가는 모습, 길이 좁거나 번잡하여 다른 길로 접어드는 장면을 일관성이라 인정하길 주저하기 때문이다. 평야를 곧게 흐르는 강물은 일관 되어 보이되, 바다 근처 삼각주에 다다라 갈래 갈래 나뉘고 흩어져 흐르는 물줄기들 모습에는 그렇다고 끄덕이기를 망설이는 것과 비슷하다. 이는 나이듦과 동행하는 두꺼워짐이나 고집과는 다른 종류의 딱딱함이지만, 마찬가지로 굳기가 더해질수록 부드러움이라거나 유연성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여기에 일관성 지키기의 어려움이 있다.

개별 장면을 채우는 각각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까지 일관성의 대상으로 삼으려 하면 할수록 어려움은 증폭된다. 일관성을 지켜낼 가능성도 낮아진다. 능력이나 의지의 문제와는 결이 다르다. 낱낱의 세상일을 얼마나 어떻게 제어할 수 있을 것인가. 세상이라는 거대한 덩치와 힘을 개개인이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시선을 달리해볼 필요가 있다. 서로 다른 각각의 관계와 그 많은 낱낱의 상황들을 단 하나의 막대로 꿰어 엮을 수는 없다. 계절이 달라지는 데 두툼한 옷으로만 생활할 수 없다. 어디로 이동하는지와 무관하게 무조건 자동차를 타고 갈 일도 아니다. 칼은 용도에 따라 적합한 것을 골라 써야 수월해진다. 오직 직선만 고집한다면 그것은 일관성이라기보다 편협이다. 혹은 폭력이다. 오히려 일관성은 낱낱의 상황이 아닌 테두리 또는 그것들을 묶어내는 방향성으로 작동해야 한다. 딱딱함을 풀어낼 방법이 거기에 있다.

가령, 일상을 살아가며 나름의 기준으로 평화로움을 설정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평화로움의 뜻은 범위가 넓다. 추상적이다. 실제 발생하는 일 하나하나에 시시콜콜 간섭할 여지가 별로 없다. 오전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잠시 커피를 마시는 일 그 자체가 평화로움이지, 커피를 마시는 방법이며 행위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평화로움을 들먹이며 간섭할 일은 아니다. 그렇듯 일관성은 일상의 모든 시간과 장소를 낱낱의 조건으로 얽어매기보다는 방향성을 짚는 것이어야 한다.

테두리와 방향으로서의 일관성은 다른 관점들과도 너그러이 연결된다. 추상적인 기준들은 생각보다 조화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평화로움이 '갈등을 줄인다, 지속성을 높인다, 공존과 협업, 존중' 등의 기준들과 어우러지는 이유다. 세부적인 조건이나 상황이 변할지라도 그 속에서 기준으로서의 일관성을 유지할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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