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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식

수필가

△자신을 소개해 주시죠.

→문희, 문명왕후라 칭하기도 하지.

△그럼· 태종 무열왕의 정비라는 말씀인가요?

→그렇지. 천년이 더 지난 지위야 의미가 있을까만 오랜 세월 지나 세상 변화나 보러 나왔어.

△현 시대가 적응이 되신다는 말씀인가요?

→내 살던 시대나 지금이나 모르는 건 마찬가지지. 많이 어지럽네. 그래도 이 시대에 다시 살아보고 싶네.

△용기가 대단하시네요. 몇 가지 여쭈어 보겠습니다. 처녀 때, 언니에게서 꿈을 샀어요. 요상한 꿈 아니었나요? 비단치마와 바꿀만한 확신이 있으셨나요?

→퍼뜩 뇌리를 스치는 영감이라 할까. 눈 오줌이 온 땅에 가득 찬다는 건 영향력이 그만큼 커지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여성으로 그런 힘을 갖는 게 얼마나 매력적이야· 그걸 내 것으로 해야겠다는 욕구가 강하게 올라왔었어.

△그 후로 이거다 하는 일이 벌어졌나요?

→한동안 별 일 없었지만 그 사건을 잊은 적도 없어. 언젠가 반드시 굉장한 일이 내게 다가올 거라는 기대가 늘 있었지.

△오빠 유신과 김춘추 공이 함께 왔을 때 어떤 느낌이 있었나요?

→그때 내 나이 열 예닐곱, 그분이 스물 서넛, 오빠가 서른을 막 지났을 거요. 오빠와 그분이 여덟 살인가 차이가 났는데 스스럼이 없었어. 오빠가 먼저 부른 건 언니였는데 언니가 나가지 않았어. 나를 부를 때까지 몰랐지. 그런데 그분을 보자마자 내 마음에 불이 확 붙었다 할까, 그분 모습에 꿈을 산 일이 딱 연결되더라고.

△논리적 근거가 없잖아요?

→그럴 때가 있어, 논리가 중요한 게 아니야. 심장이 쿵하는 거야.

△두 분 사이에 불이 확 붙었나요?

→영웅은 호색이라잖아? 나도 그때는 한창때였고…. 싫진 않았겠지. 그땐 내가 더 달아올랐는지도 몰라.

△그래도 결혼은 쉽지 않았었나 봐요,

→그분이 어쩔 줄을 몰랐던 것 같아. 엄연히 처자를 두고 또 장가를 든다하기도 어렵고 신분 차이도 적지 않았거든.

△당시 부인 가문도 어디에 눌릴 정도는 아니지 않았나요?

→꽤 위세가 있었지만 그분 가문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어.

△오빠가 불에 태운다할 때 일이 잘 풀릴 걸 아셨나요?

→7:3 정도, 오빠가 여론을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은 조금했지. 서동요 있잖아, 소문 퍼뜨리는 게 비슷하지 않나? 위험성도 있었지. 중요한 일에는 항상 일정량의 부담이 있는 거야. 잘 안 되었으면 양쪽이 큰 망신이었을걸.

△삶에 허무를 느끼실 때도 있었나요?

→가까운 이들이 세상을 떠날 때였어. 고타소, 보라궁주, 오빠, 그분. 물론 사람이 영원히 살 수는 없지만 죽음은 너무 허무해. 어떤 힘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일이지. 지나치게 아등바등 살 일은 아니야.

△역사가 소용돌이치는 시기를 사셨어요. 삼국통일도 보시고요. 한 시대의 전환기, 반짝이는 시대를 사신 것 아닐까요?

→화려한 한 시대를 살았지. 그래도 여인들에게는 슬픔이 많았어.

△가까이 계시던 분들은 죽어서도 나라를 보호하셨어요. 만파식적으로 재앙을 물리치고 해룡과 천신이 되어 후세를 지키셨잖아요?

→그분들은 그럴만하고 후손들이 다 그렇게 인정할만했지. 재앙을 극복해 국태민안하게 했어.

△오늘의 사람들에게 꼭 해 주실 말씀이 없으실까요?

→두려움을 떨치고 용기를 가져야 돼. 아무 것도 안하는 건 그냥 실패를 받아들이는 거야. 실패하더라도 해보면 얻는 게 있고 돕는 손길이 있어. 신화와 설화가 다 그걸 알려주는 거야. 성공은 실수를 통해 나선형으로 뻗어가. 해봐, 해봐. 뭐든지 해봐.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문명왕후를 만났습니다. 봄은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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