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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비

시인·중앙대문예창작학과 박사

우리 집의 하루는 방문의 각도로 시작되고 끝난다. 문이 비스듬히 열려 있으면 아들이 출근을 했다는 신호고, 굳게 닫혀 있으면 아들의 고단한 휴식이 머물고 있다는 표시다. 소리 없는 이 이진법적 신호등은 어느덧 우리 모자 사이의 유일한 공용 언어가 되었다. 아들과 나의 시계는 묘하게 어긋나 돌아간다. 아들은 새벽 공기를 가르며 출근해 오후 6시 30분이 되어서야 귀가를 하고, 나는 퇴근 후 가족의 저녁을 차려놓고 6시 정각에 또다시 강의실로 향한다. 수업을 마치고 10시가 넘어서야 돌아오는 집은 방문의 틈새로 아들의 기척을 살피게 되는 묘한 동거의 공간이다.

서로의 삶을 살아내느라 바쁘게 달리는 동안, 시간의 톱니바퀴는 어긋났고 그로 인해 대화도 끊기게 되었다. 남편은 그런 나에게 너무 열심히 살지 말라고 충고하곤 한다. 아들도 나도 어느 순간부터 육성으로 마음을 건네는 일을 낯설어하게 되었다. 전하고 싶은 말들은 입술을 떠나기도 전에 전파를 타고 문자로 흐른다. "고등어 구워놓았으니 맛있게 먹어!", "저 오늘 저녁 먹고 들어가요." 손가락 끝으로 눌러 쓴 문장은 우리의 가장 안전하고도 유일한 소통의 통로다. 이른바 '콜포비아'의 전형을 내 집에서 목격한다.

말에 찔려 굳은 성대가 소리를 삼키면

손에서 돋아난 혀가 주춤대며 걸어오고

입 없는 검은 입술이 화면에서 자라요

손가락에 먼저 와 닿는 싸늘한 목소리

혀의 파편에 맞아서 멍이 든 심장이

텍스트 소통법으로 침묵의 음색 토해내죠

— 김나비, 「콜 포비아」 전문 (『시조미학』, 2025, 여름호.)

'입 없는 검은 입술'은 차가운 스마트폰 화면 위에서 자라나는 비언어적 대화다. 우리는 말 대신 손가락 끝에서 돋아난 혀로 세상을 향해, 혹은 가장 가까운 서로를 향해 대화를 건넨다. 텍스트 소통법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고 효율적이지만, 그 이면에는 서늘한 '침묵의 음색'이 있다. 액정을 만지는 손가락에 와 닿는 것은 언제나 단단한 기계의 촉감뿐, 육성에서 품어져 나오는 미세한 애정이나 온기까지는 담아내지 못한다.

시인으로서, 그리고 문학을 연구해 온 사람으로서 나는 늘 언어의 힘과 소통의 가능성을 믿어왔다. 그러나 정작 가족이라는 가장 내밀한 울타리 안에서 나의 언어들이 한낱 파지처럼 무력해짐을 느낀다. '혀의 파편에 맞아서 멍이 든 심장'은 어쩌면 일에 쫓겨 단절의 숲을 헤매며 살아가는 이 시대 모든 이들의 자화상일지도 모르겠다.

바쁘다는 핑계로 굳게 닫힌 방문을 차마 두드리지 못하고, 텍스트로 서로의 기척만을 읽어내는 날들. 하지만 나는 믿는다. 벌들이 그 진한 꿀을 얻기 위해 무수한 날갯짓과 인고의 계절을 견뎌냈듯, 우리의 이 긴 침묵 또한 언젠가 마주 앉아 나눌 달콤한 대화를 위한 농축의 시간임을. 텍스트 뒤에 숨은 서로의 목소리가 다시 집안의 공기를 따뜻하게 데워줄 날을 소망하며, 오늘도 나는 침묵의 결을 따라 묵묵히 시간 속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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