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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 들꽃이야기 - 본격적인 꽃 탐사는 바람꽃부터

  • 웹출고시간2026.03.04 22:11:51
  • 최종수정2026.03.04 22:11:50

<편집자주>

현대인들은 참 바쁘게 산다. 그리고 너무 복잡한 기계문명 속에 파묻혀 산다. 가끔은 이런 복잡한 세상을 떠나 들과 산으로 산책을 떠나보자. 그리고 주변에 말없이 피어 있는 들꽃들의 이야기 들어보자. 그리고 이름을 불러보자.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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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람꽃, 들바람꽃, 회리바람꽃.

ⓒ 우래제
[충북일보] 현대인들은 참 바쁘게 산다. 그리고 너무 복잡한 기계문명 속에 파묻혀 산다. 가끔은 이런 복잡한 세상을 떠나 들과 산으로 산책을 떠나보자. 그리고 주변에 말없이 피어 있는 들꽃들의 이야기 들어보자. 그리고 이름을 불러보자.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때 맞춰 여러가지 바람꽃이 핀다. 겨우 기다렸던 꽃바라기들은 봄바람 따라 본격적인 꽃 탐사를 시작한다.

바람꽃 기본종의 학명은 Anemone narcissiflora L.인데 Anemone 는 그리스어로 '바람의 딸'이고, narcissiflora 는 '수선화와 같은 꽃'이란 뜻으로 바람꽃은 바람이 불면 수선화 닮은 꽃이 핀다는 뜻이 된다.

바람꽃 이름에는 서양의 신화가 있다. 서풍의 신인 제피로스는 플로라의 용모에 매혹돼 그녀를 데려다가 세상의 모든 꽃을 관장할 수 있는 권리를 플로라에게 준다. 그래서 플로라는 꽃의 여신(봄의 여신)이 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제피로스는 플로라의 여종인 아네모네를 좋아하게 됐다. 결국 질투심을 느낀 플로라는 아네모네를 멀리 숲속으로 쫓아버렸다. 그러나 제피로스는 아네모네를 찾아내 플로라 몰래 사랑을 나눈다. 화가 난 플로라는 아네모네를 꽃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꽃이 바로 바람꽃이고, 제피로스는 지금도 아네모네를 잊지 못해 꽃이 필 때면 따뜻한 바람으로 그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그리스 신화도 있다. 사랑과 미의 여신인 비너스(아프로디테)에게는 아도니스라는 청년과 얽힌 이야기가 있다. 비너스는 남편인 불의 신 헤파이스토스를 놔두고 전쟁의 신 아레스와 밀회를 즐겼는데 우연히 아도니스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비너스가 아들인 사랑의 신 에로스와 함께 숲에서 쉬고 있었는데, 사랑의 화살을 가지고 놀던 에로스가 실수로 어머니를 찌르고 말았다. 그때 아도니스가 근처를 지나갔고, 그를 본 비너스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때부터 비너스는 모든 일을 버려두고 아도니스와 함께 사냥을 다니며 사랑을 나누게 됐다. 그녀는 아도니스를 걱정해 사자나 곰 같은 맹수는 사냥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비너스가 제우스의 부름을 받아 올림포스로 올라가게 됐는데, 떠나면서 아도니스에게 맹수를 사냥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그녀가 떠나자 아도니스는 사냥을 시도했고, 발견한 멧돼지에게 맞아 목숨을 잃었다. 전쟁의 신 아레스가 멧돼지에게 아도니스를 죽게 만든 것이다. 비너스의 눈물이 아도니스의 피에 떨어지자 그 자리에서 아네모네, 곧 바람꽃이 피어났다. 제우스는 아도니스가 1년 중 반년은 지상으로, 나머지 반년은 지하 세계에서 지내도록 허락했다. 바람이 불면 금방 피었다가 금방 지며 다음 해를 기다린다고 한다. 바람꽃은 이런 신화 때문인지 꽃말도 '사랑의 괴로움'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바람꽃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우리나라에 약 20종의 바람꽃이 자라고 있는데, 바람꽃속을 비롯해 6개의 속으로 구분한다. 그중 바람꽃속(Anemone) 식물들이 13~14종으로 가장 많다.

우선 바람꽃은 설악산에, 세바람꽃은 한라산에 자생한다. 그 밖에 꿩의바람꽃, 국화바람꽃, 들바람꽃, 외대바람꽃, 회리바람꽃, 홀아비바람꽃, 쌍둥이바람꽃은 강원 산지에, 남바람꽃은 남부지방에 자생하고 있다. 숲바람꽃, 바이칼바람꽃, 가래바람꽃은 북쪽 추운 곳에 자생해 만나보기 쉽지 않다.

꿩의바람꽃은 꽃잎처럼 생긴 꽃받침이 장끼(수꿩)의 목 깃털과 닮아서, 저녁에 오무려진 꽃받침의 모습이 꿩의 부리와 머리를 닮아서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꽃받침잎 수가 많고 꽃받침 뒷면이 연한 붉은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들바람꽃은 흔하지 않으며 꽃받침이 길쭉하고 솜털이 빽빽하다.

외대바람꽃은 꽃줄기가 1개 자라서 꽃이 피기 때문에 외대바람꽃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회리바람꽃은 꽃받침이 뒤로 젖혀지기 때문에 꽃받침이 없는 것처럼 보이며 마치 배드민턴의 셔틀콕이 날아가는 모습과 흡사하다.

이 외에 국화바람꽃, 외대바람꽃, 숲바람꽃, 바아칼바람꽃, 쌍동바람꽃, 가래바람꽃등이 있으나 아직 만나지 못해 아쉽다. 올 봄에 처음으로 백두산을 다녀올 계획인데 이제까지 못 만난 바람꽃들 만나기만 바랄 뿐이다.

주요약력

중등교사. 과학 교사( 생물교육전공), 원남중학교, 보은중학교, 청운중학교, 원봉중학교, 영동고등학교, 금천중학교, 원봉중에서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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