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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2.25 14:42:27
  • 최종수정2026.02.25 14:42:27

최승옥

음성문인협회 회원

지난해부터 치아가 시원찮았다. 복숭아 수확을 끝내놓고 병원을 가려던 게 화를 키웠다. 먹는 것마저 불편할 정도여서 집 근처 병원으로 향하려는데 동서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툰 발음으로 전화를 받으니, 동서는 어디가 아픈지 단번에 알아챘다. 삼 년 전 임플란트를 했던 동서는 서울병원을 추천하고는 냉큼 우리 집으로 달려왔다.

병원으로 가는 내내 동서는 내 표정을 살폈다. 치과를 가는 게 제일 두려운 마음을 읽었던지 이런저런 이야기로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의사만 믿으면 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치과로 들어섰다. 내 이름이 불려지자 동서는 내 손을 꼭 잡아준다. 여러 가지 검사를 끝낸 후 의사는 CT 사진을 보여준다. 아래 양쪽 어금니 두 개는 흔들려서 빼야 하며, 양쪽 아랫니 두 개는 뽑은 지가 오래되어서 잇몸이 주저앉았단다. 이대로는 임플란트가 어려워 수술부터 해야 한단다. 튼튼하게 지탱해 줄 치아 하나가 없다니, 그동안 챙겨 먹은 영양제는 다 어디로 간 걸까. 치료는 짧으면 6개월, 길면 3년여 걸린다고 한다. 손에 진땀이 나고 입술이 바작바작 탔다. 긴 시간 입을 벌리고 있는 것도 힘들고 긴장의 연속이라 양손에 저절로 힘이 쥐어져 온몸이 굳을 정도다. 지켜보던 간호사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손에 인형을 쥐여주었다. 긴장될 때 인형을 안고 있으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단다. 인형이지만 사람의 품처럼 온기를 느꼈다. 이번 치료는 양쪽 아랫니 한 개씩 빼는 것으로 끝이 났다.

치과를 다녀온 후 나는 거울을 자주 들여다본다. 볼 때마다 몇 년의 세월을 앞지른 사람으로 변했다. 어느 날은 친정엄마가 거울 속에서 나를 멀뚱히 바라보고 있기도 하다. 어쩌면 이리도 엄마를 똑 닮아 있단 말인가. 아랫니가 지탱을 못 하니 제각각 발음이 새어나간다. 내 딴에는 또박또박 말하는데 남편과 아들은 알아듣지를 못하니 나는 바보가 된 듯하다. 저절로 짜증이 늘고 답답증이 솟을 뿐만 아니라 누구를 만나 대화 나누는 것도 두렵다. 지난봄 병이 들어 잘려 나간 복숭아나무가 떠오른다.

복숭아나무가 중간중간 병이 들었다. 남편은 병이 든 나무들을 가차 없이 잘라냈다. 버팀목으로 열매를 달던 나무의 잘린 자리는 꼭 이 빠진 것처럼 처량했다. 그때는 또 나무를 사다 심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병이 들었지만, 날카로운 톱날에 쓱~쓱 잘릴 때 나무는 죽음을 예고했을 것이다. 잘린다는 것은 죽음을 맞이함이다. 저승사자가 된 톱날이 스칠 때마다 살려달라고 얼마나 울부짖었을까. 나는 주인이며 의사였기에 끝까지 의무에 임해야 했었다. 방법을 찾아 치료했더라면, 회생하는 동안 영양분을 주고 지지대를 세워줬더라면 복숭아나무는 제 역할을 다했을지도 모른다.

병원 가는 것을 싫어하던 나에게 남편은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게 되었다며 혀를 찼다. 결국 차일피일 미루다가 일이 커져 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이제라도 치료를 시작했으니 다행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에 나는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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