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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2.26 17:38:35
  • 최종수정2026.02.26 17:38:34

이영규

충주시 연수동 맞춤형복지팀장

[충북일보]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다 보면 숫자가 아닌 사람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순간이 많다.

복지 대상자 명단 속 한 줄의 이름이 아니라,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가 하루의 시작이 된다.

연수동 맞춤형복지팀장으로 일하며 나는 '복지'라는 말의 무게를 현장에서 매일 다시 배우고 있다.

연수동에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이 많다.

혼자 사는 어르신, 병원에 가는 길조차 막막한 장애인, 아이를 홀로 키우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한부모 가정, 삶의 끝자락에서 다시 일어설 기회를 기다리는 분들까지.

하지만 먼저 입을 열고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행정복지센터를 찾는 발걸음은 늘 조심스럽고,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손에는 망설임이 묻어 있다.

"이런 것도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라는 질문 속에는 오랜 시간 쌓인 포기와 체념이 함께 담겨 있어 듣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취약계층의 가장 큰 장벽은 제도가 아니라 마음이다.

낯선 공간에 대한 두려움, 행정에 대한 거리감, 혹시나 상처받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복지의 문턱을 높이고 있다.

사람마저 이 두꺼운 벽의 하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용기를 낸 분들에게 활짝 열리는 문이 돼줘야 할 것이다.

그래서 맞춤형복지팀의 일은 책상 앞에서 끝나지 않는다.

좁은 골목을 지나고, 오래된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며, 문을 두드리고 안부를 묻는다.

때로는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의 하루가 달라진다.

복지란 결국 '얼마를 지원하느냐'보다 '누가 곁에 있어주느냐'의 문제임을 현장에서 절실히 느낀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연수동 맞춤형복지팀은 제한된 인력으로 많은 업무를 감당하고 있다.

고독사 위험 발굴, 의료급여 연장, 각종 복지 신청과 상담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민원과 상담을 처리하면서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는 마음은 늘 시간 앞에서 멈춰 선다.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쌓여가는 것도 현장의 솔직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복지의 현장은 결국 사람이 만들어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한 명의 담당자가 늘어나면 한 가정의 삶이 조금 더 세심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고, 한 번의 방문이 한 사람의 고립을 막을 수도 있다.

찾아가는 맞춤형복지가 말이 아닌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현장을 지킬 사람이 더 필요하다.

연수동의 복지는 아직 진행형이다.

언젠가 맞춤형복지 2팀이 만들어져 더 많은 손길이 닿고, 더 많은 문이 두드려지길 바란다.

그날이 오면 복지는 누군가의 용기가 아니라, 모두의 일상이 될 것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한 사람으로서, 오늘도 나는 그 문을 두드릴 준비를 한다.

오늘도 우리는 한 집의 문을 두드린다.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의 곁에 있어 주는 책상 너머의 벗이 되고자 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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