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20.2℃
  • 구름많음강릉 23.6℃
  • 구름많음서울 20.8℃
  • 구름많음충주 23.0℃
  • 구름많음서산 20.1℃
  • 흐림청주 19.8℃
  • 대전 18.8℃
  • 구름많음추풍령 20.6℃
  • 구름많음대구 23.7℃
  • 구름많음울산 23.5℃
  • 흐림광주 16.4℃
  • 구름많음부산 21.3℃
  • 흐림고창 17.9℃
  • 흐림홍성(예) 19.1℃
  • 천둥번개제주 16.5℃
  • 흐림고산 14.1℃
  • 구름많음강화 20.3℃
  • 맑음제천 21.1℃
  • 구름많음보은 21.0℃
  • 흐림천안 20.1℃
  • 흐림보령 15.5℃
  • 구름많음부여 17.4℃
  • 구름많음금산 20.3℃
  • 흐림강진군 16.3℃
  • 구름많음경주시 24.9℃
  • 흐림거제 19.2℃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6.02.23 15:39:40
  • 최종수정2026.02.23 15:39:39

이정민

청주시청 도시계획상임기획단·공학박사

장자크 상페의 '아름다운 날들' 그 첫 장을 펼치면 나는 속수무책이 된다. 눈물이 나거나, 혹은 이상할 정도로 투명해진 세계를 본다. 이 한 장의 그림은 나를 단숨에 행복의 영역으로 이끄는 문이다. 일단 그 문턱을 넘어서면, 오래된 기억과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 이어진다. 현실과 과거, 그리고 미래가 뒤섞인 공간이 출현한다. 그것은 낯선 풍경인 동시에 내가 온전히 통과해 온 비릿한 실감의 지형도이기도 하다.

상페의 세계를 구성하는 것은 언제나 소박한 선들이다. 부유하지도 궁핍하지도 않은 선들. 과잉되지 않은 집, 나무 한 그루,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 가벼운 필치는 근심의 무게를 줄여준다. 그림에서 유일하게 풍요로운 것은 제멋대로 자라난 풀들과 빨랫줄에 매달린 빨래뿐이다.

그런데 이 빨래들이 심상치 않다.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춤을 추고 있다.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와 상관없다는 듯, 각자의 고유한 리듬으로 팔을 흔들고 다리를 비튼다. 그 아래는 빨래만큼이나 자유로운 아이가 있다. 아이는 고개를 하늘로 꺾은 채 웃고 있어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하늘을 향해 동그랗게 열린 코끝과 커다란 입뿐이다.

이상하게 이 그림을 볼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우울한 날이면 나도 모르게 이 책을 펼치게 되는데, 이 그림이 내게 더 깊은 심연으로 침잠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행복 버튼'이기 때문일 것이다. 책은 즉각적으로 응답한다. 이제 나는 우울감을 뒤로하고 행복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곳에선 행복해지는 것 말고는 딱히 도리가 없다.

물의 무게를 견딘 자들의 가벼운 춤

상페의 세계에는 소음이 없다. 과장된 서사도, 비대한 목소리도 없다. 나는 고요 속에서 비로소 내 시간을 발견한다. 힘들었던 시간이 현재의 평온과 어떻게 수평적으로 이어져 있는지 목격한다. 지나온 시간이 현재를 두껍게 만들고, 지금의 내가 있음을 깨닫는다.

요즘 나는 자주 멈춰 서서 묻는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다고 말하게 하는가. 나이가 들고, 시야가 흐릿해지며, 생리혈이 잦아들고, 세상의 소란에 무심해지는 징후들을 자각할수록 질문은 선명해진다. 나는 무엇으로 행복을 정의할 수 있는가.

행복은 완벽한 순간에 찾아오는 감정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시간을 통과한 뒤에야 당도하는 일종의 잔여물인지도 모른다. 충분히 살아냈다는 감각. 오늘을 버텨냈고, 어제의 나를 용서했으며, 내일의 불확실성을 응시하는 마음.

상페의 빨래들이 저토록 가볍게 춤출 수 있는 건, 역설적으로 물의 무게를 온몸으로 견디며 축축한 시간을 버텼기 때문일 것이다. 늙어가는 나의 육체와 무뎌지는 감각 또한 실은 이 '아름다운 날들'을 완성하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일 뿐 이다.

나에게 춤을 추는 빨래가 있듯, 누구나 자신만의 행복 버튼이 있기를 바란다. 설명할 수 없으나 나를 되돌아보고 재구성하는 풍경 말이다. 그 풍경은 완벽할 필요도, 아름다울 필요도 없다. 우리는 행복이 저 멀리 도달 불가능한 지점에 있다고 믿으며 불안해하지만, 사실 행복은 이미 지나온 시간의 잔해 속에 흩어져 있다. 그 부서진 조각들을 가만히 이어 붙일 때, 비로소 행복의 자리가 완성된다. 어쩌면 행복이란 그 파편들을 알아보는 능력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이연희, "100만 청주, 몇 사람이 아닌 청주시민이 함께 그려야"

[충북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연희(청주 흥덕) 의원은 지난 1월 SK하이닉스가 CES 2026에서 HBM4 16단을 공개하면서 차세대 AI 메모리 경쟁력도 분명히 보여줬다고 판단했다. 이런 흐름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전망을 종합할 때 청주시가 앞으로 4년 동안 최소 1조원 수준의 법인지방소득세를 확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이 막대한 재원이 일시적으로 들어왔다가 일회성 사업이나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흩어지면 청주의 미래를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 의원은 행정 몇 사람이 아니라 청주시민이 함께 그리는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활용방안을 찾자고 가장 먼저 제안했다. 1조원 세수는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청주의 미래를 누가 어떤 원칙으로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로 판단한 것이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공론화위원회'가 6·3지방선거 민주당 주요공약으로 다뤄지는 것인가. "이번 공론화 제안은 청주에 들어올 수 있는 큰 재정을 미래의 청주를 위해, 청주답게, 또 시민답게 쓰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공약화 여부는 결국 청주시장 후보자의 의지와 판단이 중요하다. 지방선거 공약은 지역의 미래 비전과 행정 철학이 담겨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토론회에 시장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