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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2.19 13:52:23
  • 최종수정2026.02.19 13:52:23

송기선

옥천군 농촌활력지원센터장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린다. 주권자인 국민이 자신의 대표를 직접 선택하는 중요한 권리이자 의무이며, 우리 사회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절차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광역·기초단체장을 비롯해 지방의원, 교육감, 농축협 조합장, 산림조합장, 신협과 새마을금고 이사장에 이르기까지 공직선거법의 적용을 받는 선거가 자주 찾아온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선거에 익숙해졌고, 선거는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잦아질수록 선거가 민주주의의 성숙으로 마냥 이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특히 농촌에서 선거가 오히려 주민 자치역량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장면을 종종 목격한다. 농촌정책과 마을단위 현안을 다루는 현장에서 활동하다 보면, 주민 협의과정에서 "그건 군수한테 직접 가서 말하면 된다", "내가 ○○○이랑 친하니 가서 이야기하겠다"는 말을 쉽게 듣게 된다. 선출직에 대한 개인적 친분과 영향력을 앞세워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다.

물론 주민들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의한 내용을 행정이나 관련 기관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선출직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 논의와 합의가 부족하거나, 행정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마저 영향력으로 밀어붙이려는 방식은 협치의 본래 취지와 거리가 멀다. 이는 주민 스스로 고민하고 토론하며 결정할 기회를 선출직에게 떠넘기는 것이며, 민주주의의 주체가 주민에서 권력으로 이동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우리의 일상과 삶의 사소한 부분까지 선출직에게 위임할 수도, 선출직이 모두 해결할 수도 없다. 마을 환경을 어떻게 정비하고 관리할지, 공동체 공간 운영, 마을내 돌봄, 소규모 생활 인프라 개선 등은 주민 참여와 자치가 우선 작동해야 할 영역이다. 주민 스스로 논의하고 실행하는 경험이 쌓일수록 공동체의 신뢰와 자치역량은 강화된다. 그만큼 지속가능성도 높아진다. 반대로 결과만 빠르게 얻기 위해 선출직의 힘에 기대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주민 참여를 위축시키고 공동체 역량을 약화시킨다.

마을회의나 현장포럼, 읍면 주민위원회를 운영해 보면, 많은 주민들이 처음에는 낯설어하지만 점차 논의와 결정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걸 본다. 작은 성과에도 자부심을 느끼고, 스스로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쌓아간다. 이 느린 과정이야말로 농촌 민주주의의 토대다. 하지만 일부에서 "주민들이 고령이라 논의해도 별 소득이 없다"며 소수의 판단을 선출직의 영향력으로 관철시키려 한다. 그 결과 주민 참여는 사라지고, 선거는 '정책 비전보다는 민원을 잘 해결해 주는 사람'을 고르는 경향이 나타난다.

선거는 대의제에 입각해 권력을 위임하는 절차일 뿐, 주민 자치의 대체물이 아니다. 오히려 선거 이후에 얼마나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지역 문제에 참여하고 실행하는지가 민주주의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선출직들도 주민자치를 귀찮은 절차가 아닌 협치의 핵심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빠른 성과보다 느리지만 단단한 합의 과정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

이제 곧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본격화된다.

이번 선거가 농촌자치를 강화하는 디딤돌이 될지, 약화시키는 걸림돌이 될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 생활의 여러 현안을 마을 회의실과 주민토론의 현장에서 하나씩 풀어나가면서 협력을 모색할 것인지, '해결 안 해주면 각오하라'고 후보자들을 압박할지 어느 것이 진정 민주주의와 자치에 부합하는지 고민해보자.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농촌의 자치역량도 키우고, 농촌 공동체 안에서 건강하게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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