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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2.19 13:53:47
  • 최종수정2026.02.19 13:53:47

김일복

수필가

두툼한 잠바를 걸친 친구는 아침마다 팔짱을 낀 채 내 앞으로 다가온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갸웃거리며 눈을 몇 번 깜박이며 "음―음" 소리를 낸다. 말은 없지만 그것이 인사라는 걸, 우리는 안다. 친구는 그렇게 빙글빙글 맴돌며 다른 사람에게도 아침을 건넨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안녕, 아침 먹었어·" 하고 다가가 안으려 하면, 친구는 금세 몸을 빼며 달아난다. 나를 좋아해 가장 먼저 다가오면서도 좀처럼 자신을 내어주지 않는다. 내가 친구를 안을 수 있었던 때는 두 달이 지나서였다.

그날은 여러 종류의 새가 있는 농장을 체험하러 간 날이었다. 새들에게 먹이를 주며 즐거워했다. 공기는 평화로웠다. 그러나 친구는 앵무새를 보는 순간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나는 그제야 친구가 새를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뒤따라가 보니 친구는 벽에 기대어 숨을 고르고 있었다. 놀람과 긴장 때문이었을까. 멀리 달아나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나는 말없이 친구의 몸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혔다. 그날 이후, 우리는 아침마다 포옹으로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얻은 작은 신뢰였다.

세상은 새처럼 예측할 수 없이 날아오르고, 예고 없이 곁을 스친다. 날개를 퍼덕이며 갑작스레 소리를 내고, 어디서든 내려앉는다. 그렇게 어제와 오늘이 묶여 무시와 냉담한 언어로 시간을 만들어 냈다. 친구는 본능적으로 몸을 또 뺀다. 친구에게는 이런 세상이 끊임없이 날갯짓하는 거대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날개 길이가 2미터나 되는 독수리가 빠른 속도로 날아든다면, 감각 과민이 없는 사람이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새가 무서운 걸까· 사람이 무서운 걸까· 어쩌면 친구는 더 크게 들리고 더 가까이 느껴지는 통로를 찾는지도 모른다.

수줍음이 많은 친구는 기분이 좋은 날이면 즐겁게 춤을 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는 종종 깨닫는다. 내가 친구를 이해하려고만 했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느끼게 하지 못했다. 그날도 나는 "새가 뭐가 무서워, 괜찮아."라고 말했다. 그러자 친구는 짧게 "응."하고 대답할 뿐이다. 그 한마디는 어떤 해석이 담겨 있지 않았다.

아침 청소를 하다 보면 창가에 비둘기가 내려앉는다. 사람들은 비둘기를 평화와 사랑의 상징이라 말한다. 그러나 평화는 누구에게나 같은 모양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피부까지 민감한 친구에게는 세상 부스러기가 너무 크고 시끄럽다.

그래서 나는 이제 "괜찮아"라고 먼저 말하지 않으려 한다. 대신 창가에 한발 다가설 수 있도록 일상에서 겪는 작은 불편을 하나씩 덜어 주고 싶다. 두려움을 없애 주지는 못해도, 두려움 앞에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만은 느끼게 해 주고 싶다.

새는 오늘도 하늘을 가로지른다.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아도 모든 인간은 생각보다 감정에 의해 움직이고, 감정은 결국 몸의 기억으로 남는다. 언젠가 친구의 기억 속에 세상은 조금 덜 위협적인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오늘 나는 묻는다.

"친구야, 오늘 기분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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