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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의 그림이야기 - 연민을 느끼게 하는 작가 이병무

  • 웹출고시간2026.02.18 15:17:26
  • 최종수정2026.02.18 15:17:26

이동우

미술관장·화가

대학 선배 중에 이병무(1953~2022)라는 작가가 있다. 7년이나 선배라 같이 학교를 다니지도, 같은 학교에서 근무한 적도 없다. '채묵화회(彩墨畵會)'라는 한국화 작업을 하는 작가들 모임에서 가끔 만나는 사이였다. 그는 외모에서 풍기는 인상은 구본웅, 손상기와 프랑스 툴루즈 로트렉과 같은 작가들에게 느껴지는 연민을 가지게 하는 작가였다. 거기다 조용조용한 말투에 말수도 별로 없었다.

이병무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1991년 교사발령을 받고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면서이다. 제일 먼저 채묵화회에 가입했다. 1991년 채묵화회 제8회 전시회에는 인사동 청남미술관에서 개최했는데, 8명의 적은 회원이 출품했다. 출품회원이 적으니 대관료 내기도 빠듯했는지, 그럴듯한 도록을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달랑 작가들 이름만 있는 흑백 포스터가 전부였다.

데뷔하는 후배에게 번듯한 도록을 만들어 주지 못한 것에 대해 이병무 선배는 많이 미안해 했다. 전시회가 끝나고 늦은 시간 청주 가는 버스를 같이 탔다. 버스 안에서 교사로 작품 활동을 병행하면서 겪었던 힘들었던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이때 나눴던 무수한 이야기들은 작품 활동하면서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 이를 견뎌낼 수 힘이 됐다. 그때 필자(26살)에게 있어 이병무(38살) 선배는 하늘과 같은 대선배로 멘토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러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2001년 19번째 전시를 끝으로 모임에서 볼 수가 없었다. 이병무는 1984년 한국화를 공부한 동문들을 모아 채묵화회를 조직했고, 8년간 회장으로 애정을 쏟은 것을 알기에 많이 아쉬웠다.

그는 충주 수안보 출신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못하고 극장에서 영화 간판을 그렸다고 한다. 그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러다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고 싶어 1977년 학비가 저렴하고 교사발령이 보장돼 있는 국립 충북대학교 미술교육과에 동기생들보다 5년이나 늦게 문을 두드린다. 늦게 입학한 만큼 남들보다 몇 배 이상의 노력을 하며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이병무는 대학을 졸업 후 교사들이 주로 가는 계절제 교육대학원이 아닌,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을 다녔다. 비록 학부는 작가양성이 아니라 미술 교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미술교육과를 나왔지만 대학원과정은 서울에 있는 일반대학원을 마치고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작용한 것 같다. 그 후 발령을 받아 30여 년간 교사와 모교 강사로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열성적으로 창작활동을 이어 나간다.

이병무의 작품세계는 전통 채색화 기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현대적 감성이 조화를 이룬다는 특징이 있다.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자신만의 형태와 색채로 화면에 쏟아내었고, 순수한 감각을 그대로 자연스럽게 화면에 그려냈다. 한국화의 깊이 있는 정신성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실험과 혁신을 통해 독자적인 화풍을 선보이며 새로운 지평을 연 그는 공모전에서 많은 상을 받으며 미술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윤우학 미술평론가는 "작가 이병무에게 있어서 작업의 존재란 일종의 정신적 이상향으로의 탈출구로서 자아를 해방시키는 중요한 방법론으로 존재한다."라고 이병무를 평하고 있다.

그러다 2022년 어느 날, 이병무 작가가 이 세상 소풍을 마치고 우리 곁을 떠났다는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그때 그의 나이가 69세였다.

이 글을 쓰면서 작가에 대한 자료가 많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일제강점기 때 친일파 이병무(1864~1926)만 많이 나오고 작가 이병무에 대한 자료는 별로 없었다. 있는 정보라야 겨우 학력이나 전시 이력뿐 이였다. 청주문화원과 충북미협에서 쓴 미술사를 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교직 생활을 그만두고 두문불출하며 자신을 알리는 데는 많이 인색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나마 붓을 안 놓고 있다는 것을 청주 모 화방에서 그림 그리는 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해 갔다는 소식을 들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동안 어떤 그림들을 남겼을까· 많이 궁금하고 보고 싶다.

이제라도 땅속에 묻힌 보석같은 이병무의 작품들이 조명받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병무에게는 무명화가 빈센트 반고흐(1853~1890)를 세계적인 유명화가로 만든 '요하나 반 고흐-봉어르(1862~1925)'와 같은 사람이 주변에 없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병무 작가의 아들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작품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작품 활동을 하며 아버지 작품을 알리는 일을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많이 아쉽고 안타까웠다.

청주시립미술관은 빨치산 출신 작가 김형식(1926~2016)과 진익송(1960~2022) 작가를, 충북갤러리는 조영동(1933~2022) 작가를 조명하는 전시회를 개최해 호평을 받았다. 이번에는 '이병무 회고전'을 열어 그의 작품세계를 세상에 알리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는 작가노트에 "업보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고뇌하는 모습, 마음으로 인간사의 모든 파문에 초연하려 하면서도 결국은 그 속에 주저앉아 뜨겁게 타오르는 무수한 욕망을 잠재우려 애쓰며 차라리 빈 마음으로 훠어이 날고 싶은 갈등의 모습을...."이라는 글을 남겼다.

그의 작품들이 훠어이 날아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기를 손꼽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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