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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시인·수필가

음성군 금왕읍에는 <라비앙> 카페가있다. 그곳에서 <노래를 사랑하는사람들>이라는 모임을 운영하고있는데, 오늘은 회원들과 만나는 날이다. 우리집에서 읍내리를 거쳐 낮즈막한 야산아래 자리잡은 그곳은, 시내에서 찾기 힘든 고요한 자연스러움이 어우러져 있다. 마치 산이 등을 받쳐주듯 안아주고 맑은 저수지를 끼고 돌아앉은 포근한 작은집이다.

산등성이 노을이 붉게 물들고 어둠이 밀려오면 실내에는 붉으레한 조명이 켜지고, 밖에 있는 나무테이블위에 저녁바람이 내려앉는다. 회원들은 각자 일터에서 작업하던 일손들을 내려놓고 그곳을 찾는다. 경기도 이천 장호원 증평 음성등등..에서 멀다하지않고 찾아온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모여 작은 산속 고즈넉한 쉼터에서 평온한 정취를 껴안는다.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매주 1회~2회 모여서 자신의 노래를 발표하며 정을 맺은회원들과 2주년 기념행사를 갖는다. 그 동안 각자 자신의 음악을 곱게 가꾼사람들이 서로 인사를 나눈다. 실내 온기가 은은하게 퍼지고 환한 얼굴마다 미소가 피어오른다. 나는 마치 내 가족같은 마음으로 반갑게 악수를 나눈다.

박준혁 대표님의 사회로 차례차례 각자 노래를 발표한다. 그 동안 연습과 갈고 닦은 실력으로 목소리를 뽑아내는 회원들... 나는 한줄기 작은 멜로디에도 가슴이 먼저 섬세하게 반응을한다. 멜로디의 선률속에 숨어있는 그 분위기를 즐긴다. 지난날 농장일로 몹시 힘든날에도 흔한 노랫말 한구절이 지친 어깨를 다독여주곤 했다.

어쩌다가 마음이 기쁜날에도 숨은 음률을 찾아내어 맑고 깊은 감성을 건져올리고, 발끝이 절로 춤을 추게한다. 음 하나하나에 숨결이 담겨있는 듯 마음속 진심을 실어올린다. 그사이 프로그램 순서대로 장고 팀의 신나는 율동이 끝났다. 속이 시원한 쾌감을 느꼈다. 각자 마음으로 준비한 선물을 제비뽑기로 나누는 장면이 서로 웃음짓게한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지난 날 오랜 기침으로 높은 음이 잘 나오지않아서 부천 여성 시립 합창단 활동을 포기해야만했다. 공기 맑은 시골로 내려오게 된이유도 그래서였는데, 마음속 아쉬움이 깊어가던 차 음성으로 귀촌하게 되었고 노래활동 모임인 "노사사" 를 알게되었다. 이곳회원중에는 가수로 활동하시는분도 계시고 대단한 실력을 갖춘분들이있다. 그 회원님들의 멋진 노래솜씨에 반해서 다시 노래부르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그날부터 이비인후과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았다. 만성기침의 원인을 목내시경을 통해 발견하게되었고 점차 목소리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노력하면서 모임에 참여하던 어느 날 대표님의 한마디가 귀에 들어와 박혔다.

"멀리 산이 있다 생각하고 질러버리세요. 좀 틀리면 어때요··

조심스럽게 음을 따라 숨을 들이 쉬면서 묵묵하게 스스로를 다독였던 인내의 지난날들...

어느날이었다. 불가능했던 높은음이 터져 나왔다. 가슴 폐부깊은 곳에 맺혔던 한맺힌 목소리였기에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날 이후로 한음 한음이 내게 감사의 이유가 되었다. 젊은시절처럼 속시원한 목소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만하길 하늘에 감사드린다.

나에게는 포기하지않고 다시 노래할수있게된 이유가 또 하나있다. 세상에서 자기 마누라가 노래를 가장 잘한다고 항상 응원해주는 남편이 있기 때문이다. 결혼전 예식장에서 축가로 베토벤의 <그대를 사랑해>라는 노래를 부르곤했는데, 내 노래에 반해서 따라다녀 결혼까지 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주곤했다. 노래 부르는 시간은 하늘에서 내려준 특별한 선물임을 나는 안다. 그동안 열열하게 박수도쳐주고 들어준 회원들과의 귀한 인연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충주 중앙탑공원에서 우리회원들의 버스킹공연이 있었다. 50년 전 여학교시절에 가장 좋아했던 이연실이 부른 <그대>라는 노래를 선택했다. 높은음 때문에 나이들어 단 한번도 불러보지못했던 노래였는데, 자신있게 실력발휘를했다. 그동안 쌓인 마음속 번뇌까지 씻겨져내린 기분이었다.

오늘도 나는 꿈을 꾼다. 다시 찾아온 목소리로 정성을 담아 더 따뜻하고 더 다정하게 감정을 담아 몰입하리라~ 내 마음의 정화를 위해 더욱 음악을 사랑하리라. 지금은 노래로 맺은 회원들과의 인연이 따뜻한 울림이되어 마음속에 자리잡았다. 매일 매일 쌓이는 해야할일로 생활에 지칠때마다 노래한 곡으로 털어버린다. 오늘도 서로에게 작은 힘이되고 진심어린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참된 우정을 단단히 채워간다. 앞으로도 조심스럽게 서로 호흡을 맞춰가면서 조용하게 더 깊게 따뜻한 화음으로 이어갈것이다.

깊은 생각에 잠겨 이런저런 회상을 하고있는 사이~ 몇몇 회원들은 행사가 끝난뒤에도 자리를 떠나지못하고 웅성거린다. 서로 함께한 기쁨과 인연으로 이어지는 든든함으로 다시 만날날을 기약하면서 손을 흔든다.

흩어진 내 마음을 멜로디에 실려 조용히 띄워보내고, 흐트러진 하루의 조각들이 차분히 제자리를 찾아간다. 손끝으로 만질수도없는 음악은 말하지않아도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나는 슬픈날이나 기쁜날에도 노래를 부른다. 음악은 내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숨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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