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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2.12 16:55:31
  • 최종수정2026.02.12 16:55:31

강대식

충북문인협회 회장·충북사진대전 초대작가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전체의석 465석 중 316석을 확보하여 전후 최대의석을 확보했다. 이는 연립정부 구성 없이도 자민당 독자적으로 개헌을 발의할 수 있는 중의원 전체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것이다. 자민당은 오래 전부터 개헌을 하고 싶어 했다. 특히 헌법 제9조의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써 국권이 발동되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 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는 조항과 "육·해·공군, 그 밖의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군대를 보유하지 않으며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인식되어 이를 소위 '평화헌법'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자민당이 거대의석을 점하면서 분명 일본에서는 이 개헌 논의에 불이 붙을 것이 자명하다.

일본 헌법 제9조는 전후 세계가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마련한 가장 상징적인 평화 규범이었다. 전범국가인 일본의 패망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안감이 전쟁을 다시는 할 수 없는 국가로 만드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에 일본 국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향후 무력으로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헌법에 명기한 것이다. 이 조항을 단순한 법률 문장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역사적 범죄를 반성하겠다는 각성 위에 세워진 약속이며, 힘의 사용을 스스로 절제하겠다는 선언이다. 물론 세계의 안보 환경이 변하고 있고, 국제 정세는 유동적이다. 세계 각처에서 힘의 논리에 의한 전쟁이 일어나고 있으며, 자국의 국방력을 확보하기 위한 군비 전쟁도 도를 넘어서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일본이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회귀(回歸)하는 것은 불안하다. 현재 일본은 세계 7위의 군사 대국이다. 자위대가 다른 나라의 군대와 똑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헌법의 의미는 국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문구이다. 헌법은 현실에 따라 흔들리는 정책 문서가 아니라, 국가가 지켜야 할 최후의 가치이다.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평화의 원칙이 후퇴하는 순간 주변국들도 군비 각축전을 벌여야 한다. 과거의 아픈 기억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력 강화가 안전을 보장하는가. 힘의 확대가 긴장의 종식을 의미하는가. 역사는 언제나 명분으로 시작되었고, 그 끝은 인간이 상상했던 것보다 휠씬 처절하고 비통했다.

일본이 헌법 제9조를 변경하는 것은 일본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전체의 평화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변수다. 민주주의의 절차를 거친 결정이라 하더라도, 그 결과가 평화의 기반을 흔든다면 이는 문제이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힘의 선택에 있는 것이 아니라 힘을 절제하려는 의지에 있다. 평화를 지켜온 것은 군사력의 크기가 아니라, 전쟁을 거부하려는 인간의 결단이었음을 우리는 이미 역사 속에서 배워왔다. 지금 일본에게 필요한 것은 헌법개정의 속도가 아니라, 과거의 잘못과 진정한 평화에 대한 성찰의 깊이일 것이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다수결의 기술이 아니다. 하원 의석을 많이 차지하였다고 하여 다수의 선택이 언제나 정의가 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선택하느냐이며, 그 선택이 어떤 가치를 향하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자민당이 다수의 힘으로 일본이 소중하게 지켜왔던 평화헌법을 무너트리는 우(愚)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글 : 강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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