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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2월 달력의 여백이 휑뎅그렁하다. 날짜가 크게 박힌 어머니의 달력에는 언제나 절기와 명절이 크게 적혀 있었다. 물론 굵은 날짜 아래에는 작은 음력 날짜가 있었고, 빈 여백에는 비뚤비뚤 농사에 대한 메모와 가족의 생일과 행사 등이 적혀 있었다. 지금은 다만 입춘, 손 없는 날, 설날, 우수와 같은 날이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다. 가장 큰 명절인 설날과 설 연휴에도 어머니의 계획은 들어있질 않았다. 오히려 어머니가 입원한 날이 더 추가된 셈이다. 설이 지나 며칠 뒤에 바로 어머니의 생신이 들어있는 2월, 따뜻한 봄기운이 그립다.

올해는 입춘첩(立春帖) 없는 입춘을 보냈다. 입춘첩은 대문이나 기둥에 한 해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는 글을 써서 붙이는 것을 말한다. 흔히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建陽多慶)이라는 글귀를,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붙이면 좋다고 하여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미풍양속이다.

입춘은 이십사절기의 하나로 이때부터 봄이 시작된다고 하였다. 마침 입춘에 맞춰 거실 화분에 접란이 피었다. 입춘의 의미가 더 실감되었다. 무성한 초록 잎을 늘어뜨려 자태를 뽐내는가 했는데 어느새 서너 개의 꽃대를 올려 입춘에 첫 개화를 시작한 것이다. 옆에 있던 제비꽃 닮은 삭소롬도 꽃대를 올려 솜털이 보송보송한 꽃을 보여주었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는 입춘이 되면 늘 입춘첩을 붙여왔다. 구순을 바라보면서도 으레 입춘을 앞두고 의식을 치르듯 같은 마을에 사는 이웃에도 입춘첩을 돌리곤 했다. 그러던 어머니가 올해는 근력이 쇠하여 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이다. 몸이 약하여 가벼워진 어머니가 입원한 지 여러 날이 지나고 있다. 음식도 드실 수가 없어 기력이 떨어지고 의식조차 혼미하여 자꾸 흔들리곤 한다. 간간이 두리번거리며 그녀의 독백이 이어진다. '금방 비 쏟아지겠네. 구름 몰려오는 것 좀 봐.', '아이고, 좀 시원해서 살겠네. 밤에 그렇게 덥더니.' 그러다가 나를 빤히 보며 묻기도 하신다. '조청이 먹고 싶어· 엿길금가루하고 쌀만 있으면 되는데.'. 느닷없이 주먹을 들어 보이며 눈을 크게 뜨고 꿈을 꿨는데, 밤이 이렇게 굵고 실하다며 몇 번씩 강조해서 반복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빨리 나물을 삶아 간장을 넣고 맛있게 무쳐서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살짝 삶아야 한다는 것도 잊지 않는다. 평생 애지중지 거두어 온 사 남매에 대한 사랑의 표현인지 유독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혼잣말처럼 이어간다.

평생을 주는 것만 아셨던 어머니, 베푸는 일만 하셨던 어머니가 지금은 몸을 가눌 수 없어 혼잣말로 대신하고 있다. 평생의 일을 반추하는 시간인지 허공을 바라보며 독백을 이어간다. 그러다가 가끔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할 때도 있다. 긴 머리카락에서 무엇인가 떼어내서 버리는 시늉을 하기도 하며 때로는 잘 안 떨어진다며 안간힘을 쓰다가 큰 일을 성취한 듯 밝은 표정을 짓기도 한다. 몸이 쇠하여 그 힘든 상황에서도 어머니의 사랑은 크고 깊기만 하다.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 앞에 있는, 사 남매의 마음이 닿아 그녀의 달력에 '어머니 퇴원' 날짜를 더하고 싶은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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