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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2.08 14:48:12
  • 최종수정2026.02.08 14:48:11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화엄경』에 이르기를 '심여공화사 능화제세간(心如工畵師 能畵諸世間/ 마음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같다. 능히 모든 세상일을 다 그려낸다.)'이라 했듯 마음은 스스로 붓을 들고 세계를 그려 낸다. 세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 안에서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그리움 또한 그렇다. 그리움은 단순한 결핍 감정이 아니라 마음이 스스로 그려 내는 그림이다. 보고 싶다는 말 이전 마음속에서는 이미 조용하게 얼굴이 그려지고 있다. 그리움은 기억이 아니라 생성이며, 사라진 것을 다시 만드는 마음 작용이다.

인연 또한 마음이 그려 낸 그림이다. 인연은 만나는 순간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헤어진 이후에도 마음속에서 계속 마음을 입고 살아난다. 그리움이 레테강을 건너오면 흐려질 줄 알았으나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망각 너머에서 인연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말 한마디 웃음 하나 침묵 하나가 마음 화폭 위에 다시 자리를 잡는다. 현실에서는 끝났으나 마음에서는 여전히 현재형이다.

선종 일화 하나가 떠오른다. 승가란제(僧伽難提)조사와 제자 가야사다(伽倻舍多) 이야기다. 바람 불어 풍경 소리 울릴 때 스승은 묻는다. "바람이 우는가 방울이 우는가" 제자는 답한다. "그 소리는 바람 소리도 방울 소리도 아니며 내 마음 소리"라 했다. 후일 혜능대사(慧能大師) 또한 같은 질문을 던진다. "깃발이 움직이는 것인가 바람이 움직이는 것인가"

이와 같이 답은 언제나 마음으로 향한다. 살다 보면 일순간 좋을 때가 있고, 싫을 때가 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마음이다. 좋고 싫음은 대상이 갖고 있는 성질이 아니라 마음이다. 그래서 싫다고 바로 밀어내기보다 싫어하는 마음 상태를 살펴볼 필요 있다. 좋다고 무작정 안기기보다 좋아하는 마음 움직임을 바라볼 필요 있다. 마음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인연은 집착 대상이 아니라 성찰에 대한 통로가 된다. 인연은 붙잡을 것이 아니라 건너갈 다리이다.

이해인 시 한 구절이 오래 남는다. "처음부터 많이도 달랐지만/ 많이도 같았던 차마 잊지 못할/ 내 소중한 인연이여"(- 이해인, 「인연의 잎사귀」 중에서)처럼 인연은 늘 모순을 안고 다가온다. 다르기에 끌리고 같기에 머문다. 그러나 이제 "차마 잊지 못할/ 내 소중한 인연"은 몸을 버리고 별이 되고 말았다. 함께 걷던 시간은 어느 날 예고 없이 멈추어 몸을 내려놓고 별이 되었다.

몸으로 함께하던 인연은 기억과 그리움으로 다시 이어진다. 밤하늘 별 하나가 말을 건다. "잘 있느냐!" 묻는 대신 조용한 빛으로 안부를 남긴다. 그 빛을 알아보는 것은 여전히 마음 몫이다. 마음이 닫히면 별은 그저 점이고 마음이 열리면 별은 다시 인연이 된다.

고운 인연을 마음에 그리는 설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지나간 시간 속에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운 인연을 하늘에 그려본다. 아프던 순간은 옅어지고 따뜻했던 장면은 또렷해지고 있다. 아름답게 이어가고 싶었으나 나름 하늘에도 이유가 있었기에 먼저 데려갔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야 오늘 하루를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새해는 완전히 새로워지는 문이 아니다. 다시 시작하도록 허락받는 시간이다. 상실을 안고 다시 걸어가도 된다는 신호이다. 마음은 새해에도 계속 그림을 그릴 것이다. 그리움이라는 색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희망에 대한 여백으로. 바람 스치고 지나가는 밤, 마음이 바람에 잠시 흔들리다 고요해지고 있다. 멀리서 반짝이는 별 하나 바라보며, 새해엔 흔들리지만 무너지지 않도록 손 모아 조용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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