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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2.05 14:01:39
  • 최종수정2026.02.05 14:01:39

고미화

무심수필문학회 회장

딸아이와 함께 카페에 들렀다. 쇼핑몰 1층에 자리한 프랜차이즈 카페가 혼잡하다. 빈자리는 나란히 놓인 원탁 두 개뿐이다. 그중 한 곳에 자리 잡았다. 잠시 후 음료 쟁반을 들고 온 젊은 여성이 옆자리를 채웠다. 곧이어 들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니야, 20분 후에 깨워줘."라는 주문과 함께 그녀가 테이블에 엎드렸다. 마치 잠을 부르는 마법의 의자에 앉기라도 한 것처럼 단숨에 잠 속으로 빨려들어 가는 듯했다. 두런두런한 소음 속에서 이렇듯 쉽게 잠들 수 있다니 조금 놀라웠다. 노란 과일 주스와 얼음이 가득 담긴 물잔이 보초병처럼 그녀의 머리맡을 지켰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삼삼오오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노트북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자신만의 세계에 몰두한 이들 등 다양한 모습으로 느슨하고도 분주한 하루 중반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누군가의 달콤한 오수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낮추며 옆을 살폈다. 일상복 차림에 긴 머리를 뒤로 올려 느슨하게 묶었다. 반가부좌를 하고 앉은 맨발이 시선을 끈다. 의자 밑에는 벗어 놓은 털신이 강아지처럼 주인의 기척을 기다리고 있다.

'부럽다'라는 표현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부럽다는 형용사엔 각각의 고유성을 존중하고 인정하기보다 상대적 열등감의 뉘앙스를 품고 있다는 편견 때문이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타인과 비교하지 않음으로써 자존감을 지키려는 방비책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가끔 예외일 때가 있다. 머리가 베개에 닿자마자 곯아떨어질 만큼 숙면한다는 말을 들을 때면 부러움을 느끼곤 한다. 고질적인 불면증으로 잠을 설칠 때가 많기에 잠을 잘 자는 복을 타고난 사람이 부럽기만 한 것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알람 소리가 옆 테이블 위를 가볍게 두드렸다. 잠은 아직 그녀의 어깨를 놓아주지 않은 모양이다. 밀려오는 잠을 떨쳐버리지 못한 표정으로 시간을 확인하곤 다시 고개를 떨어트린다. 설핏 본 얼굴이 이국적이다. 작고 까무스름한 얼굴에 깊은 피로감이 서려 있다.

밀도 높은 하루를 보내는 이의 표정이다. 시간을 쪼개어 충실한 삶을 사는 이의 모습이다. 혼곤한 낮잠에 든 그녀를 보면서 문득 그림 한 점을 떠올렸다. '프레데릭 레이턴((Frederic Leighton)'의 '플레이밍 준(Flaming June)'이란 작품이다. 아름다운 여인이 소파에서 깊은 잠을 자는 자태가 편안한 휴식을 느끼게 하는 그림이다. 부드러운 촉감이 손끝에 잡힐 것 같은 얇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엄마 배 속에 있는 태아처럼 편안하게 자는 모습이 담겼다. 오렌지색 쉬폰 드레스가 유연한 곡선의 몸매와 맨살을 훤히 비치는 관능미가 엿보이는 작품인데, 고혹적이기보다 편안한 휴식의 대리만족을 안겨준다.

다시 알람이 울렸다. 이번에는 그녀가 잠을 이긴 모양이다. '와그작와그작' 얼음을 깨물어 먹는 소리가 생기롭게 들린다. 여전히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서둘러 마시지 않은 음료를 챙겨 일어선다. 부러움과 안쓰러운 마음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좇았다. 수면 장애를 겪는 고충이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약력>

무심수필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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