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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록

한국교통대 중국어전공교수

나는 그다지 용기 있게 살아온 사람은 아니어서 용기에 대해 말할 계제는 못되지만, '용기'하면 대학 때 알았던 어떤 사람이 떠오르곤 한다.

나는 대학 때 상당히 대중성이 떨어지는 동아리 활동을 하였는데, 한번은 동아리 축제 기간에 우리 분야는 아니지만 마당극 하나 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다른 것은 어찌어찌 준비 되었지만 우리 실력으로 기타 반주까지는 역부족이었다. 다행히 공연을 이틀 앞두고 법대 3학년 학생이 한 사람 섭외됐는데, 뭔 법대생이 언제 그렇게 기타를 연습했는지, 반 박자 늦었다가 빨랐다가 하는 우리 노래에 박자를 척척 맞춰주는 수준이었다. 이야기가 길었지만, 여기까지가 그 법대 선배를 알게 된 과정에 대한 소개이다.

요즘과 달리 80년대 대학에는 구내에 컴컴한 곳이 많았는데, 우리 학교는 교문에서 첫 번째 단과대 사이에 연병장이 있었고, 밤이 되면 당연히 굉장히 어두웠다. 하루는 밤에 열람실에서 내려오다 마침 그 기타를 쳐준 법대생 선배를 만나게 되었다. 나는 당연히 연병장을 지나 직선거리로 가려 했는데, 그 선배는 "우리 큰길로 돌아가자"라는 것이었다. 나는 무슨 심오한 뜻이 있나 해서 이유를 물어본즉, 어두컴컴한 게 무섭다는 것이었다. 그때 사실 좀 한심해 보였다.

그다음 해 봄, 대학 교련과목으로 전방에 입소했던 2학년 학생들 일부가 '양키용병교육 반대'를 명분으로 중도에 돌아와 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에서는 이 또한 '탈영'으로 간주하여 제적 또는 즉시 입대를 집행하려 하였고, 같은 학과 학생의 강제 징집은 막아주자는 취지로 평소 운동권이고 아니고를 떠나 많은 학생들이 매일 교내 집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대학본부가 일정한 역할을 해주길 요구하였는데, 정부의 태도는 갈수록 강경해지니, 하루는 집회 도중에 마이크 쥔 학생이 "대학본부가 우리를 속였습니다. 처단합시다!"하고 선동을 하자 수십 명이 우르르 떼 지어 나가는 것이었다. 내가 볼 땐 사전에 계획이 없던 일이었고, 대학본부가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니 명분도 없는 황당한 상황이라 사실 나는 관망을 하고 있었는데, 시위대에 있던 한 명의 학생이 총알같이 뛰쳐나와 거의 선두에서 대학본부로 달려 들어가는 학생 옷자락을 잡아끄는 것이었다. 단 한 명인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프락치는 아니었고, 놔두면 혹시라도 학생들에게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를 상황이라, 다른 건 몰라도 일단 이 사람은 보호해야겠다 싶어 나도 전력으로 뛰어가서, 그때까지도 학생들 옷자락을 잡아끌던 그를 뜯어말리며 한쪽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러고 보니 무서워서 어두운 길도 못 지나가는 소심한 그 법대생이었다. 내가 '위험하게 왜 그랬느냐'고 묻자, 그는 "학생들이 대학본부를 깨면 안 되니까."라는 것이었다.

아마도 용기란 겁이 없는 게 아니라 무서워도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세상은 이러한 '선택적 용기'의 총합에 의해 발전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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