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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2.01 13:34:39
  • 최종수정2026.02.01 16:49:36

원광희

청주시정연구원장

수도권 쓰레기 대란의 후폭풍이 지방정치의 뇌관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요동치는 '쓰레기 민심'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숫자가 말해주는 현실은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청주시정연구원 콜로키움(1.23)에서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수도권 종량제 봉투 혼합폐기물은 379만t이다. 이 가운데 재활용은 57만 t(15.1%)에 그쳤고, 153만 t(53.6%)은 민간 위탁으로 처리됐다. 직매립이 막히면 결국 '어딘가'에서 태워야 하고, 그 '어딘가'로 충청권이 구조적으로 소각 대상지로 지목된 것이다.

왜 하필 충청인가. 답은 단순하다. 거리, 비용, 수익을 따져보면 수도권에서 가장 손쉬운 선택지가 충청권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청주는 수도권 5개 지자체의 쓰레기를 민간소각장 4곳에서 떠안고 있고, 지역 갈등은 이미 폭발 직전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상황이 '예외적 특수 사례'가 아니라 앞으로의 일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수도권의 경고등은 이미 비상등으로 바뀌었다. 종량제 봉투 혼합폐기물은 2020년보다 2024년에 더 늘었고, 특히 가정생활 폐기물은 30만 t에서 89만 t으로 약 3배 증가했다(서울 2.8배, 인천 2.4배, 경기 3.1배). 감량에 실패한 수도권은 결국 쓰레기를 외부로 밀어낼 수밖에 없다. 2026년 이후에는 구조적 위험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2024년 기준 수도권 종량제 봉투 혼합폐기물의 민간 위탁 비중은 38.1%지만, 직매립이 금지되면 이 비율이 68.7%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도권 쓰레기가 더 공격적으로 '시장'을 찾아 전국을 떠돌게 된다는 뜻이다.

청주의 현실은 이미 한계치에 가깝다. 2024년 기준 청주시 민간 소각시설 연간 소각량은 226,786t이고, 현실적인 소각 가능량은 연 221,911~235,360t 수준으로 추정된다. 지금도 사실상 마지노선에 서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현재'가 아니라 '곧 도착할 미래'다.

2030년이면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된다. 그때도 "민간 소각으로 버틴다"라는 임시 처방만으로 가능할까. 그 시점에 청주가 감당해야 할 것은 수도권 쓰레기가 아니라 청주가 스스로 배출한 생활폐기물이다. 이미 공공 소각시설 용량을 초과하는 생활폐기물(일일 50t 이상)이 발생하고 있고, 공공시설 확충 없이는 '자체 처리'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결국 지금의 혼란은 본편이 아니라 예고편이다.

'반입지원금'을 둘러싼 논쟁도 핵심을 비켜 간다. 돈을 더 받느냐 덜 받느냐가 아니라, 왜 특정 도시가 구조적으로 타지역 쓰레기의 처리 부담을 떠안는지, 반입지원금이 오히려 청주 유입의 명분을 살려주는 것은 아닌지- 바로 이 질문이 핵심이다. 생활폐기물의 광역 이동이 민간 계약에 맡겨질수록 지자체는 통제력을 잃고, 주민들은 불안과 피로감을 떠안는다.

전국적으로 광풍과 같은 이슈로 번지고 있는 수도권 쓰레기 대란에 대해 더욱 분명하고 단호한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첫째, 발생지 처리 원칙의 법제화다. 지금은 법에 '다른 지자체에 위탁할 수 있다'는 조항만 있어서, 수도권 지자체가 더 싼 단가를 찾아 청주까지 쓰레기를 보내는 구조가 가능해졌다. 생활폐기물은 원칙적으로 발생지에서 처리하도록 법에 명문화하고, 권역 밖 장거리 '원정 소각'을 예외적·엄격한 조건에서만 허용하도록 바꿔야 한다. 둘째, 민간 소각시설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다. 현재는 허가 용량의 130%까지 가동이 가능한 구조인데, 이렇게 되면 공공시설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도시 전체 처리 안정성이 흔들릴 여지가 크다. 청주시는 수도권 생활폐기물 반입량·가동률을 상시 점검하고, 허가 용량과 환경 기준을 위반할 때는 즉각적인 행정처분과 계약 제한이 뒤따라야 한다.

셋째, 중장기 자원순환 체계 전환이다. 2026년 현재는 수도권만 직매립이 금지됐지만, 2030년부터는 비수도권도 같은 기준을 적용받기 때문에, 청주 역시 단순 소각·매립 중심에서 감량·재사용·재활용, 에너지 회수까지 묶은 자원순환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각장 증설 논의가 불가피하더라도, 주민 수용성·환경영향·입지 형평성을 함께 고려하는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결국 핵심은 '수도권 쓰레기 반대'라는 구호를 넘어서, 법·제도와 행정, 중장기 인프라 계획까지 포함한 종합 대책을 지금부터 준비하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땜질식으로 넘기면, 4년 뒤에는 '민간도 못 받고 공공도 못 태우는' 이중 파국이 현실이 될 수 있다.

6·3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이라면 여야 할 것 없이 회피해서는 안 된다. 공공 소각시설 용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쓰레기는 한 도시의 기술력이 아니라 품격을 드러낸다. 청주가 겪는 갈등은 청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비수도권 간 구조적 불균형, 허술한 법·제도, 민간 위탁 시스템의 사각지대가 빚어낸 복합 위기다. 답은 감정이 아니라 숫자와 시스템에서 찾아야 한다.

2030년 직매립 전면 금지라는 전국적 '폭탄'이 터지기 전에, 청주는 '처리 도시'에서 '순환 도시'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지금의 선택이 도시의 10년 뒤 운명을 가를 것이다. 지금 결단하지 않는다면, 쓰레기는 선거의 뇌관을 넘어 도시의 미래 자체를 흔드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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