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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1.29 14:06:01
  • 최종수정2026.01.29 14:06:01

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 현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수련기획실장

돌이켜 보니 그동안 탐닉 수준으로 즐겼던 운동도 나이와 함께 변화되었음을 알겠다. 80년 무렵인 2·30대에는 배구에 빠져 스파이크 하다가 블로커의 발에 걸려 발목을 다치곤 학생 등에 업혀 나갔고 배구공도 터뜨려보았다(당시 배구공 제품 정도를 알 지표). 30대 중반부터는 전국 명산을 누비느라 한주일 산행을 거르면 아스라한 산 능선이 꿈에 보이더니 급기야 산꾼만 가능하다는 산의 숨 쉬는 소리도 들었다. 4·50대에는 테니스로 얼굴과 팔다리를 쌔카맣게 만들었고 지역 대회 우승컵도 들어 올렸다. 주말에는 비 올까봐 잠도 설치고 테니스 모임만 8개로 나돌아 다니다가 주말 과부를 참고 참던 집사람의 권유로 공부하느라 라켓을 잠시 놓게 되었다. 공부와 직장 일로 참았던 운동욕구는 50대 후반에 다시 골프로 재 점화된 듯 지금은 골프라는 말만 들어도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몰입을 해야 성취가 있음도 경험상 터득한 진리이다.

운동 난이도는 볼과 손의 거리와 정비례하는 것 같다. 손에서 볼이 가까우면 그나마 쉬운데 멀수록 볼 다루기가 어려워진다. 이리 어려운 골프는 여타 운동과는 성격도 다르다. 다른 운동은 움직이는 공으로 상대의 빈틈에 보내 에러를 유발하니 이른 바 상대와의 싸움이다. 반면에 골프는 정지되어 있는 공에 집중을 하여 샷을 날리고는 그 결과를 자신이 온전히 받아들여야 하니 가히 자신과의 싸움이라. 내가 잘못치고 누구를 탓하겠는가.

필드에 나가면 골프장마다 잔디의 결과 억셈이 다른데다 그날의 날씨와 바람 강도 그리고 습도 등 라운딩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가 부지기수이다. 여기에 동반자와 캐디 변인까지 있다. 이러한 종합적인 요인들을 살펴 골프한다는 것은 치열한 자기 반성과 함께 주변의 여건을 감내한 위에 온전히 내 운동에 집중해야 함을 전제로 하는 거다.

조선 시대 선비들의 공부에서 지상과제는 경(敬)을 어찌 실천하는 것인가 하는 거였고 그 방법으로 사조설(四條說)이 제시되었다. 즉 정재엄숙, 주일무적, 상성성, 기심수렴 불용일물의 네가지이다.

·정재엄숙(整齋嚴肅-주자): 마음을 단정히 가다듬고 몸가짐을 엄숙하게 함.

·주일무적(主一無適-정이): 마음을 한군데에 집중하여 잡념을 버리는 것.

·상성성(常惺惺-사량좌): 바깥에 미혹되지 않고 지식이 밝도록 늘 깨어 있음.

·기심수렴 불용일물(其心收斂 不容一物-윤 돈): 마음을 온전히 거두어 한 치의 외부 잡념도 받아들이지 않음.

차를 마시거나 선을 행하는 것도 골프와 비슷하다지만 바탕에 집중이 있고 '경의 실천'이라는 지극한 난제가 차라리 골프와 어울리니 경의 실천과 비교를 해 보겠다.

첫째, 정재엄숙: 일찍이 골프장에서 오두방정을 떨거나 마음을 부정적이거나 가벼이 가진 사람들이 골프를 잘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볼 하나 하나에 최선을 다했으니 치고 난 볼에 미련도 없고, 혹 미스로 트러블 샷을 하게 될 경우에도 탓이 없다.

둘째, 주일무적: 싱글 골퍼들은 볼에 집중을 아주 잘 한다. 물론 평소 일도 그리하겠지만 동반자의 구찌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오직 볼에 집중하여 마음먹은 대로 샷을 구사하고자 노력한다.

셋째, 상성성: 상급 골퍼들은 라운딩에 방해되는 요인들을 의도적으로 멀리한다. 바짝 긴장하여 오직 자기 볼을 어떻게 하면 더 멋지고 마음에 들게 샷을 날릴까에 온 정성을 다한다. 그러므로 골프에 방해되는 제반 행동을 일부러 하지 않는다. 오직 골프 타수 줄일 궁리에 하루가 부족하다.

넷째, 기심수렴 불용일물: 골프가 안 되는 이유가 365가지라는 말이 있듯 그 많은 방해변수와 요인들은 상급 골퍼에게는 핑계도 안된다. 바깥 변인들을 통제하고 골프를 하는데 골프가 안 될 리가 있겠는가.

이상으로 보건대 골프는 선비들의 평생 숙제인 경 실천에 도움을 주거나 성격이 흡사한 점이 많음을 알겠다. 이러한 내용을 알았으니 에이지슈터도 가능하려나

이제 골프도 경을 실천하려는 선비의 공부 자세로 해야 한다는 결심 하나 더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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