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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옥

음성문인협회 회원

얼마 전부터 생전에 엄마가 만들어 준 손만두가 먹고 싶었다. 성품뿐만이 아니라 손끝까지 야무진 엄마를 똑 닮은 언니에게 전화했다. 언니는 언제든 오기만 하면 만들어 주겠노라 한다. 충주에 사는 언니집으로 향한다.

아침 일찍 서둘러 왔건만 언니는 벌써 시장을 다 봐놓았다. 밀가루 반죽은 엊그제 만들어 비닐봉지에 넣어 놓았단다. 생전에 엄마가 물을 끓여 익반죽하였듯 언니도 똑같은 방법으로 치대놓았다는 반죽을 보여준다. 숙성되어 아기 살결처럼 보드라운 반죽으로 만두를 만들어 찌면 쫀득쫀득할 것이다.

나는 손이 많이 가는 만두 만들기는 여간해서 엄두를 내지 못한다. 다른 재료는 씻어서 잘게 썰기만 하면 되지만 배추김치를 다지고 국물을 꽉 짜내는 일이 큰 곤혹이다. 손목이 아프고 손가락에 힘이 없어 아주 조금씩 잡고 쥐어짜도 물기가 축축하다.

언니는 봉지에 담긴 반죽 덩어리를 꺼내 다시 한참을 더 치댄 후 한뼘의 떡가래만큼씩 자른다. 나는 적당한 크기로 뚝뚝 떼어낸 후 조물조물 주물러 동그랗게 만들어놓는다. 언니는 방망이를 잡고 슬금슬금 굴리는 듯한데 동글동글한 얇은 피가 쟁반 위에 척척 올라앉는다. 쌓이는 만두피는 자꾸 늘어나는데 내 만두는 모양새도 제각각이고 손이 둔탁하니 피가 줄어들질 않는다. 급기야 언니는 밀던 방망이를 내려놓고 만두를 시작한다. 재바른 솜씨가 한결같은 언니는 만들면서 따뜻할 때 먹는 맛이 최고라며 찜 솥에 만두를 얹어 불을 댕긴다.

후후 불며 만두를 한입 문다. 아~ 엄마의 손맛이 꿀떡꿀떡 목을 타고 넘어간다. 입안에서 김치와 닭고기가 어우러져 세상 어디에서도 맛 볼 수없는 닭 만두가 살살 녹는다. 찐만두가 줄어드는 만큼 부지런하셨던 엄마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고생하셨던 옛 시절을 풀어내는 언니의 입담을 듣다보니 나도 모르게 시야가 점점 흐려진다. 동그란 모습이며 목소리, 살짝 웃는 입과 눈, 굽은 등까지 엄마가 앉아 계신 것 같다. 그에 내 손등이 눈가를 쓱 훔치고 만다. 그런데 언니를 바라보니 언니 눈도 붉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엄마 보고 싶다는 말이 절로 터졌다.

엄마가 살아 계셨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명절이 다가오면 만두를 만들었다. 우리 집 만두소는 조금 특별했다. 대부분은 다진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쓰는데, 우리는 닭의 살코기만 발라 다져 밑간을 한 뒤 볶아서 김치와 함께 소를 만들었다. 잡내가 없는 담백하고 깔끔한 찐 닭 만두를 먹다 보면 뱃구레가 불룩해지는 줄도 몰랐다.

내가 열 살 전까지는 꿩만두를 해서 먹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 아버지는 꿩을 잡아 오셨다. 엄마는 꿩의 살을 발라 다져서 만두를 자주 만들어 줬는데, 언제부터인지 꿩만두 대신에 닭만두가 명절 차례 상에 올려졌다. 아마도 꿩 잡기가 어려워 닭으로 대신했던 것 같다. 호되게 추운 겨울에 꿩만두를 먹고 나면 마음이 든든한 기억이었다.

남은 소를 채워가며 만두 만드는 언니를 바라보니 엄마다. 친정엄마가 살아 계신 것 같아 행복한 오늘, 쟁반에 추억의 맛도 늘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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