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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청주시청 도시계획상임기획단·공학박사

"낮고 우아한 기둥들 사이를 거닐면, 당신은 약간 도취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당신의 가슴은 자유롭게 무엇이나 선택할 수 있고, 아무 길이나 택할 수 있다고 느낄 것이다. 모든 것이 훌륭하다. 왜냐하면 하느님이 모든 곳에 계시기 때문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스페인 기행>을 읽으며, 나는 알함브라 궁전에서 느꼈던 설명되지 않던 감정의 정체를 뒤늦게 알아차린 적이 있다. 말로 붙잡지 못했던 감각이 문장을 통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장소와 사물'을 쓰는 동안, 나는 자주 책으로 돌아왔다. 어떤 장소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결국 읽는 일이 필요했다. 도심의 오래된 골목부터 '빈점포'라고 써 붙여진 표식이나 매일 반복되는 익숙한 귀갓길까지, 모든 풍경 뒤에는 늘 누군가의 문장과 사유가 겹쳐 있었다.

새로운 연재의 이름을 '독서풍경'이라 정했다. 책을 중심에 두되, 책만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읽는 행위가 우리의 구체적인 삶의 풍경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기록해 보고 싶다.

무엇을 읽을 것인가

독서는 흔히 고립된 행위로 여겨진다. 조용한 공간에서 문장을 따라가고, 묘사된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내며 그 의미를 짚어보는 일련의 활동. 그러나 독서는 늘 외부와 연결된다. 밑줄 그었던 문장은 대화 속에서 다시 등장하고, 타인의 말 속에서 변주되며, 어느 날은 전혀 다른 장소에서 불쑥 의미를 되찾는다. 책은 책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가 걷는 길과 일하는 공간,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 속으로 흘러든다. 이 연재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바로 그런 순간들이다.

'독서풍경'은 서평 연재가 아니다. 책의 줄거리를 요약하거나, 좋고 나쁨을 단정하는 데 관심이 없다. 대신 한 권의 책이 내 삶의 어느 지점과 맞닿았는지, 어떤 장면과 문장이 오래 남았는지를 따라가려 한다. 책은 읽는 순간 내가 처한 상황이나 나의 내면에 따라 다르게 펼쳐진다. 같은 책이라 할지라도 읽을 때마다 다르게 읽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래서 독서는 늘 현재형이다. 내 경험으로 다시 써 내려가는 일이다. 이 연재에는 도시와 장소, 일상의 감각과 개인적인 기억이 자연스럽게 섞일 것이다. 읽는 사람의 자리에서 책을 둘러싼 풍경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연재에서 다룰 책들은 최신작이거나 화제작이 아닐 수 있다. 작가의 유명세와도 무관할 것이다. 다만 그 책이 만들어내는 생각의 밀도와 연관한다. 어떤 책은 오래전에 읽었지만 지금의 나에게 다시 말을 걸어오고, 어떤 책은 한 문장만으로도 충분히 현재를 설명해 준다. 어떤 책은 행복했던 순간으로 나를 데려가 더 큰 풍경을 보여준다. 현재보다 나아지는 방향으로 손 내밀던 책 중에서 고르고 고를 것이다.

읽는다는 것의 자리

'장소와 사물'을 쓰며 분명해진 것이 있다면, 장소를 읽는다는 것은 결국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읽는 일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찾지 않는 공간은 의미를 잃는다. 책도 마찬가지다. 더 잘 살기 위해서, 더 잘 살아내기 위해서 책을 읽고, 공간을 만들어간다. 결국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가 사는 세계를 더 깊이 사랑하기 위한 과정이다.

도파민이 지배하는 짧고 자극적인 영상의 시대에 읽는다는 것의 자리를 다시 생각해 본다. 독서는 정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집요한 질문을 남긴다. 이 연재 역시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를 말하기보다, 어떻게 읽고 있는지를 조심스럽게 공유하려 한다. 각자의 삶에는 저마다의 독서풍경이 있을 것이다. 이 연재가 그 풍경을 다시 거닐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제 몫을 다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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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연희(청주 흥덕) 의원은 지난 1월 SK하이닉스가 CES 2026에서 HBM4 16단을 공개하면서 차세대 AI 메모리 경쟁력도 분명히 보여줬다고 판단했다. 이런 흐름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전망을 종합할 때 청주시가 앞으로 4년 동안 최소 1조원 수준의 법인지방소득세를 확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이 막대한 재원이 일시적으로 들어왔다가 일회성 사업이나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흩어지면 청주의 미래를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 의원은 행정 몇 사람이 아니라 청주시민이 함께 그리는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활용방안을 찾자고 가장 먼저 제안했다. 1조원 세수는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청주의 미래를 누가 어떤 원칙으로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로 판단한 것이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공론화위원회'가 6·3지방선거 민주당 주요공약으로 다뤄지는 것인가. "이번 공론화 제안은 청주에 들어올 수 있는 큰 재정을 미래의 청주를 위해, 청주답게, 또 시민답게 쓰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공약화 여부는 결국 청주시장 후보자의 의지와 판단이 중요하다. 지방선거 공약은 지역의 미래 비전과 행정 철학이 담겨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토론회에 시장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