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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복

수필가

신이시여, 들리십니까? 허공에서 흩어져간 말이 들리십니까? 누구나 한 번쯤 하늘을 올려다보며 간절하게 물었으리라. 생의 결정적 순간,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으로 기도한다. 마음속 상처에 응답하듯 비가 내렸다. 소녀는 그렇게 창밖을 응시하며 앉아 있다.

받아들일 수 없고 용납도 인정할 수 없었다. 혼자 끝날 줄 모르는 전쟁 앞에서 세상과 담을 쌓았다. 어쩔 수 없는 자신이 끔찍하고 밉다고 생각할까? 그러다 문득 용서와 미움에 짐을 벗어나게 해 달라며 묵상을 반복한다.

기도가 끝날 때쯤 에너지가 생긴다. 세상과 닿고 싶은 욕망일까? 모든 인간이 의존적 존재라면 혼자 살 수는 없는 걸까? 꼭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되는 걸까? 해마다 같은 질문이다. 오늘도 말 없는 시간은 흘러간다.

소녀는 같은 장소 앉았던 자리에 앉아 창문을 향해 팔을 흔든다. 허공에 안부를 묻는 손짓. 누구의 시선에도 반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그렇게 온종일 창문이나 현관 유리문을 바라본다.

어쩌다 밖에 나갈 일이 생겨 세상과 마주하다 보면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언제고 내가 우는 시늉하면 소녀도 따라 운다. 소녀가 울 때는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 그래서 이유를 묻지 않기로 한다. 누구도 알 수 없기에.

하늘은 언제나 푸르다. 소녀는 손짓을 반복하며 길을 걷는다. 걷다가 지쳐 주저앉고 싶을 때 섬광이 비쳤다. 사방에서 빛이 쏟아진다. 순간 소녀는 뛰기 시작했다. 혼비백산 해가며 끝없는 푸른 들판과 숲속 길을 뛰어갔다. 안개 속에서 서 있는 백마를 보았다. 소녀는 말 위에 올라 달리며 환희를 느낀다. 엄마가 보였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그만해 안돼, 왜 또 그래"

소녀는 또다시 그 자리에 앉았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창문을 행해 팔을 흔들며 손짓하며 허공에 안부를 물었다. 귀 기울임은 없다. 대답 역시 없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는 곧 세계의 한계"라고 보았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는 말이다. 소녀도 그랬을까? 내 생각이 생각만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에, 가장 예민하고 감추고 싶은 일부분의 감각을 몸으로 드러내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이 세계를 새롭게 느끼고 인식하고 싶은 것일까?

언젠가 스스로 깨어나기만 기다리는 존재, 그래서 손짓은 멈추지 않는다. 하얀 말이 되어 사라지지 않기 위해 산, 하늘과 바다 사이에 붙잡을 수 있는 어떤 의미를 찾으려는 몸부림이다. 예측하기조차 힘든 소녀의 소리를 듣는 일. 그것은 침묵이다. 이것이 하루를 살아내는 일이다.

소녀의 손짓은 누군가에게 들리기 위함이 아니라, 스스로 지켜내기 위한 최소한의 언어다. 어쩌면 소녀는 신에게 외침을 전하고 있는지 모른다. 함께 아파하고 함께 슬퍼하는 마음이 이 땅에 기적을 이룬다.

그 누구도 하느님을 본 적도, 그분의 말씀을 들은 적도 없다. 그래서 대답이 없는 걸까? 소녀는 말하지 않음으로써 지켜내는 침묵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두려움과 비움으로 행복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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