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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1.19 15:46:14
  • 최종수정2026.01.19 15:46:14

최은희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40년 동안 끽연가로서 사셨던 부친은 가족의 진심 어린 간청과 반복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흡연을 즐기셨다. 그러나 폐암 진단을 받던 어느 겨울, 병원을 나서며 담뱃갑을 버리시고서야 비로소 비흡연자가 되셨다. 너무 늦은 깨달음이었지만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라는 것을 몸으로 절감하신 것이다.

지난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 필립모리스, BAT 등 국내 외 담배 제조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2심에서 패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공단이 요구한 손해배상금 533억 원은 20갑년(하루 흡연량*흡연 기간), 30년 이상 흡연한 뒤 폐암, 후두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 대해 지급한 급여(진료)비였다. 그 안에는 부친의 치료비도 포함돼 있었을 것이다.

흡연으로 인한 질병은 환자 개인의 고통을 넘어 가족의 경제적 부담과 국가 건강보험 재정의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 533억 원은 11년 전에 제기한 급여비이니 지금은 훨씬 큰 금액이며, 여기에 가족과 사회의 고통이라는 정성적인 부분까지 포함한다면 사회적 비용은 더욱 헤아리기 어려운 규모일 것이다. 필자가 이 소송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간접흡연의 영향 속에서 살아왔고 담배 소송 지지 서명에 참여하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회복지인으로 소득수준에 따른 건강 불평등 문제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KOSIS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흡연율은 2020년 20.6%(남성 34%, 여성 6.6%)에서 2023년 19.6%(남성 32.4%, 여성 6.3%)로 1.0%p 감소하였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다양한 금연정책이 일정부분 효과적이었다고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수치다. 그러나 동기간 소득수준 '상' 집단의 흡연율이 16.0%에서 14.5%로, '중' 집단이 18.4%에서 18.0%로 감소할 때 '하' 집단은 22.5%에서 25.1%로 오히려 증가하였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상' 집단과 '하' 집단 간의 흡연율 격차가 더 커졌다는 사실이다. 즉, 고소득층이 건강에 대한 관심과 시간적·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선택지를 다른 것으로 넓혔다면, 열악한 노동 환경과 불안정한 삶에 처한 저소득층은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흡연을 더 많이 선택하며 질병을 얻을 확률을 높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부친이 폐암 진단을 받은 후에야 담뱃갑을 버리셨던 그 아픈 깨달음이 우리 사회의 저소득층에게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보다 건강한 삶을 위해 1차적으로 담뱃갑을 들기 전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건강정보 문해력을 높이는 교육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 동시에 저소득층 흡연자들이 담뱃갑을 버릴 수 있도록 경제적·심리적 원인을 종합적으로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다양한 지역사회의 기관들이 연계하여 담뱃갑을 버린 빈손에 건강한 삶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의료, 복지, 심리적 자원 등을 견고하게 제공해야 한다. 건강한 삶은 우리 모두가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이다. 결코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이 없도록 불평등한 부분부터 개선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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