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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1.14 15:37:29
  • 최종수정2026.01.14 15:37:28

전상인

국회 보좌관

농어촌이 사라지고 있다. 일자리 부족, 청년 유출, 고령화는 오래된 뉴스이고, 지방 소멸이라는 표현도 더는 자극적인 경고가 아니다. 농촌의 집들은 하나둘 불이 꺼지고, 폐교된 학교의 놀이터는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다. 주민들이 떠난 자리에는 공동체의 기억만 희미하게 남는다. 그동안 많은 정책이 쏟아졌지만, 대다수는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흐름을 돌려세우기에 역부족이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옥천군이 국가 시범사업으로 농어촌 기본소득의 실험대에 올랐다. 거주하는 모든 주민에게 조건 없이 매달 15만 원의 지역상품권을 지급하는 2년짜리 실험이다. 이는 단순한 보조금이나 복지 수당이 아니라, 국가와 지방정부가 함께 책임을 지고 주민을 인정하는 방식의 변화라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남다르다.

이 실험은 단순한 현금 지급 정책으로 축소할 수 없다. 기본소득은 지역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머무르는 이유'를 다시 묻게 하고, 떠난 사람들에게는 '돌아올 이유'를 보여주는 정책이다. 옥천의 여러 마을에서는 그 변화의 조짐이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감지되고 있다. 인근 대도시에서 주소지를 옮기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읍·면사무소의 행정 창구에는 청년부터 고령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도움과 안내를 요청하며 찾아왔다.

누군가에게는 한 달 생활비의 숨통이 트이는 금전적 지원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농촌 정착을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다. 자영업자에게는 매출이라는 형태로 돌아오기도 한다. 지역상품권 사용을 통해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기본소득을 무조건적인 낙관 속에서만 바라볼 수는 없다. 국가 재정 부담은 분명한 문제이다. 지금은 시범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실행되지만, 장기적으로 제도화되려면 재원 조달 방식과 정책 지속성에 대한 설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형평성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 왜 특정 지역만 혜택을 받는가· 라는 질문은 전국 곳곳에서 제기될 것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지역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고, 재정 여건에 따라 시행 여부가 결정된다면 지역 간 격차는 오히려 더 커질 수도 있다. 옥천의 실험은 기대만큼이나 냉정하게 평가될 근거를 스스로 축적해야 한다.

그렇다고 조급함이나 회의론이 실험의 가치를 덮어서는 안 된다. 이 사업은 농촌 소멸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비장의 카드가 아니다. 하지만 농어촌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수많은 시도의 하나이며, 작은 실험이 쌓여 큰 방향을 만들 수 있다. 산업화 시대의 정책들이 도시 중심의 개발을 견인했다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시대는 농촌을 지키기 위한 정책 상상력을 요구한다. 기본소득은 그 상상력의 한 가지 해답이다.

머지않아 농어촌 기본소득이 단순한 혜택에 머물지 않고, 국가가 책임지는 인구 전략·지역 정책의 기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여부는 바로 이러한 시범 사업에서 근거를 추출하게 될 것이다. 옥천의 선택은 실험이지만, 이 실험은 옥천만의 운명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농어촌의 생존 전략, 그리고 모든 주민을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는 복지 철학의 확장 가능성을 시험하는 중대한 무대다.

이제 중요한 것은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실험이 진행되는 과정을 치열하게 관찰하고 기록하며 분석하는 일이다. 주민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지역 경제는 어떤 변화를 보이는가, 인구 흐름은 달라지고 있는가, 공동체의 소통과 자존감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그 모든 과정이 다음 정책을 설계하는 기반이 된다.

우리는 묻게 될 것이다.

"지방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그리고 국가는 어디까지 함께할 것인가·"

옥천의 실험이 성공으로 기록되든, 실패로 남든, 이미 우리 앞에는 답해야 할 질문이 놓여 있다. 그 질문을 외면하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실험의 진정한 의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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