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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1.14 15:30:34
  • 최종수정2026.01.14 15:30:33

이정균

시사평론가

힘 있는 국가가 정의를 독점하고, 이긴 자가 정의로운 자가 되는 혼돈의 국제질서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이 군대를 동원해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체포하여 미국으로 압송한 충격적 사건으로 전 세계가 긴장이다. 미국의 국제법 위반이라는 러시아, 중국, 북한, 중남미 국가 등의 규탄과 미국의 조치를 적극 옹호하는 이스라엘의 환영, 미국 눈치 살피며 어정쩡하게 지켜보는 한국 포함 다수 국가들의 입장이 엇갈린다.

***미국의 국제법 위반

미국이 내세우는 마두로 체포 명분은 마약 밀매 혐의지만 그 배경에는 남북아메리카 대륙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대와 세계 1위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의 석유 이권 확보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분간 베네수엘라를 통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미국에 우호적인 정부가 들어서도록 사실상 식민지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외형은 아편전쟁인데 실제는 석유전쟁인 셈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전포고가 없는 상태에서 다른 나라를 공격해 그 나라의 대통령 부부를 납치해 미국 법정에 세우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미국 의회의 결의를 받아야 하는 미국 법도 지키지 않았다. 트럼프는 특수목적 군사 작전이라고 규정했는데 그렇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주장한 특수군사 작전을 어떻게 비판하는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앞세워 호시탐탐 대만을 노리는 중국은 어떤가.

베네수엘라의 절대적 권력자에서 하루아침에 납치되어 적성국의 법원에 의해 단죄 받게 된 마두로를 보면서 중남미나 이란, 북한 등 반미 국가 지도자들이 불안에 떨게 됐다는 식의 예측이 자연스레 등장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이 재연되려면 이들 국가들로부터 트럼프와 미국이 받게 될 보복 공격이 무의미 할 경우에 한정된다. 한마디로 미국의 군사 경제적 공격과 제재를 견뎌낼 수 없는 만만한 수준의 국가는 충분히 불안할 것이다.

북한은 어떨까. 핵무기를 다량 개발·보유하고, 핵 투발 수단인 ICBM, IRBM, SLBM과 같은 다양한 미사일을 고도화하여 핵무력 완성을 공언하는 북한을 미국이 공격하기란 쉽지 않으며 핵 전면전을 각오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과거 북한이 핵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을 당시 미국 정부가 북한 영변 핵시설 폭격 계획을 세웠다가 철회했을 때보다 북한의 핵 보복 능력이 훨씬 강화된 현실이다. 북러동맹·북중동맹도 차원이 달라졌다.

미국이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 압송한 직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간결하게 정리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은 모든 국가가 최대한으로 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며, 가장 믿을 수 있는 보호 장치는 핵무기"라고. 핵무기 없는 베네수엘라여서 당했다는 뜻이다.

현재의 세계는 핵 보유국과 핵 식민국으로 나뉜다. 핵을 가진 나라가 곧 문명국이라거나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높다는 보장은 없으나 국가의 안위를 자력으로 도모할 최강의 무기는 확보한 것이다. 핵무기 없는 나라가 선진국일 수 있고 배부른 경제 강국일 수도 있으나 국가의 운명을 스스로 지킬 결정적 수단이 불비된 것이다.

***핵 보유국·핵 식민국

1960년 미국을 위시한 핵 보유국의 방해를 무릅쓰고 핵 실험에 성공한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이 "핵무기가 없는 나라는 진실로 독립된 국가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국제규범이 무너진 시대에 핵무기 없는 한국이 베네수엘라 처지가 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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