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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까치호랑이 배지'를 선물로 받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학생이 겨울방학 중 서울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오면서 기념품으로 사 온 것이다. 수줍어 얼굴을 붉히며 빙그레 웃으면서 작은 목소리로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말도 건넸다. 한국어가 아직 좀 서툴지만 평소 한국의 문화를 좋아하는 학생이다.

겨울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하면서 2026년 첫 한국어 수업을 시작했다. 변덕스러운 겨울 날씨에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얼마나 수업에 참여하게 될지 자못 염려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수업 시간이 되자 학생들의 밝고 반가운 모습으로 강의실이 꽉 찼으며 서로 바삐 안부를 묻고 대답하며 기분 좋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베트남, 일본,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등 고향의 가족들과 날씨까지 이야기하며 훈훈한 분위기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베트남에서 온 학생은 귤을 가지고 와서 모두 함께 나누어 먹기도 했다.

학생들 대부분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어 수업이 주말에 진행된다. 회사가 바빠서 특근을 하게 되면 수업에 나오지 못하는 학생들도 가끔 있다. 그러면 학생들이 아쉽다며 메시지를 보내온다. 주야간 근무를 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전날에 야간 근무를 하고도 퇴근하면서 주말 수업에 참여하는 열정을 보여준다. 그렇게 함께 배우면서 우리는 모두 끈끈한 정을 느끼는 관계가 되었다. 오늘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온 학생이 야간 근무를 하고 퇴근하자마자 수업에 들어왔다. 피곤하겠다고 하니 밝은 표정으로 괜찮다고 하며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해서 너무 좋다면서 교실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방학 전에 배운 문법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방학이 나쁘다고 해서 강의실에 있던 학생들이 맞장구를 쳐서 박장대소하며 강의실이 뜨겁게 달아오르기도 했다. 학생들 중에는 여든 중반을 넘긴 학생도 있는데, 방학을 어떻게 보냈느냐고 묻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국어 공부를 했다고 해서 강의실을 또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개학하고 맞이한 첫 수업이 따뜻한 관심과 정으로 넉넉하고 풍성했다.

주말 한국어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까치호랑이 배지를 손에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며 오후를 따뜻하고 행복하게 보냈다. 마음속 깊이 잠잠하던 옹달샘에 환하게 파문이 일었다. 언젠가 러시아에서 온 학생이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을 다녀오면서 연필을 기념품으로 사 온 적도 있었는데, 아까워서 연필꽂이에 그대로 보관하고 있던 붉은색 연필도 다시 꺼내 따뜻한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까치호랑이 배지'의 포장지 하나하나까지도 소중한 의미가 담겨 있어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전래동화 속 호랑이의 익살스러우면서도 품위가 있는 느낌의 까치호랑이가 새삼스럽게 더 귀하고 멋지게 다가왔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아울러 대한민국 국립박물관으로 뜨거운 관심이 쏠리게 된 문화의 저력을 다시 떠올리게 된 것이다. 문화와 문화의 연결고리가 이어져 글로벌 시대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학생을 통하여 까치호랑이 배지를 건네받으니 그 감동이 배가 된 것 같았다.

까치호랑이 배지 포장지 바탕 앞면에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새겨져 있어서 심온하여 서시를 조용히 나직한 목소리로 낭독해 보았다. 감동으로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 뒷면에는 조선시대 까치호랑이 그림이 실려 있었으며 그 의미가 세로로 새겨져 있어서 곱씹어 읽어보았다.

'조선시대 까치호랑이 그림은 새해를 축하하며 액운을 막고 복을 기원하는 의미'라고 적혀 있었다. 때마침 2026년 새해가 밝았으니 이 의미가 더 귀하게 다가왔다.

2026년 새해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복이 깃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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