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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옛날 한 부자가 길에서 돈 자루를 잃어버렸는데, 자신의 돈 자루를 찾아주는 사람에게 사례금으로 백 냥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며칠 후, 한 소년이 돈 자루를 들고 부자를 찾아왔습니다. 돈을 찾은 기쁨도 잠시, 부자는 소년에게 사례금을 줄 생각을 하니 아까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잔꾀를 내었죠.

"돈이 꼭 백 냥이 모자라는데 네가 미리 사례금을 챙긴 모양이구나. 이렇게 돈을 찾아주어 고맙다. 이제 그만 가 보거라."

소년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부자의 행동에 화가 났고 억울한 마음에 고을 사또를 찾아가 사정을 호소했습니다. 사또는 부자와 소년을 부르더니 먼저 소년에게 물었습니다.

"자루에서 돈을 꺼낸 일이 있느냐·"

"없습니다."

이번에는 부자에게 물었습니다.

"자네가 잃어버릴 때 돈 자루에 얼마가 들어 있었느냐·"

"오백 냥입니다."

"소년으로부터 받을 때는 얼마가 있었느냐·"

"사백 냥입니다."

그러자 사또는 이렇게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럼, 이 자루는 자네가 잃어버린 돈 자루가 아니구나. 오백 냥이 들어 있는 자루를 다시 찾아보아라. 그리고 소년이 찾은 돈 자루는 진짜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가 보관하겠다. 기한 내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절반은 어려운 사람을 위해 사용할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이 소년에게 줄 것이다."

사또의 판결은 인색한 부자에게 날벼락이 되었을 게 분명합니다. 심리학자 황상민 교수는 '한국인의 심리코드'에서 한국인의 부자 유형을 다음과 같이 분류해 놓았습니다.

* 배고픈 부자 : 물질적으로는 부자지만 마음으로는 부자가 아닌 사람들.

* 철없는 부자 : 배고픈 부자의 자녀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부자의 모습.

* 품격 부자 : 돈 자체를 좇기보다는 자신의 분야에서 나름의 전문성을 가지고 세상사를 현명하게 처리하며 살고 싶어 하는 부류.

* 보헤미안 부자 : 품격 부자의 자녀에게서 흔히 볼 수 있음. 이들을 상징하는 단서들은 '삶의 고민 없음' '독특함' '고지식함' 등의 단어.

* 존경받는 부자 : 돈을 모으기에만 열중하는 부자가 아니라 돈을 잘 쓸 줄 아는 부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자에 대해 가장 뚜렷하게 가지고 있는 심리 코드. 존경받는 부자는 '여유' '당당함' '떳떳함' '경제력' '존경' '절제' '편안한 삶' 같은 단어들로 상징됨.

* 나쁜 부자 : 이들을 잘 나타내는 단어로는 '비호감' '불법' '졸부' '구두쇠' '드러내기 싫어함' 등을 들 수 있음.

황상민 교수의 분류에 의하면 위 예화 속의 부자는 당연히 '나쁜 부자'가 되겠지요.

'돈은 본래 동전으로서 그 기운이 차다. 부자는 돈을 은행이나 창고에 쌓아 둔다. 부자는 돈에 둘러싸여 차디찬 돈의 기운이 자신은 물론 가족에게까지 옮겨 간다. 그래서 자식이 있다 해도 부자가 죽으면 자식은 없고 상속인만 있다.'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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