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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의 그림이야기 - 작가 탄생의 산실 청주상고 미술부

  • 웹출고시간2026.01.08 13:44:33
  • 최종수정2026.01.08 13: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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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상업고등학교의 전경.

ⓒ 이동우
청주는 교육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고등학교들이 많다. 청주농고(1911),청주고(1924),청주상고(1935),청주여고(1938),청주공고(1946) 등이 대표적인 학교이다. 이들 학교 중 유독 미술작가를 많이 배출한 학교가 있으니 그 학교는 청주상업고등학교이다.

필자의 작업실에는 청주상업고등학교 개교 60주년 기념 '동문작품초대전(1995)'이라는 30년 된 전시회 도록이 있다. 이 도록을 보면 한국화, 서양화, 조소, 서예, 공예, 디자인 분야에서 40명의 작가들이 출품했는데 작가들의 면모를 한눈에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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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상업고등학교 개교60주년 동문작품초대전 도록.

ⓒ 이동우
전시회에 출품한 작가들은 김종현, 박노수, 윤형근, 사희영, 이상복, 이서지, 김봉구, 정해일, 박영대, 이석구, 이상중, 김수민, 이용우, 이원구, 이붕원, 박근지, 한명철, 유길훈, 길홍랑,김영환, 이돈희, 이정호, 이상원, 서영원, 박종무, 정춘교, 박병만, 신정수, 이재갑, 배진석, 강호생, 장백순, 김태화, 박흥규, 이동원, 이광열, 조대현, 윤대식, 김상영, 정세영 등이다. 이제 30년이 지나니 세상을 뜨신 분들도 많고, 붓을 꺾은 작가들도 보인다. 지면 관계상 도록에 있는 모든 작가를 소개할 수는 없고,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다 작고한 작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7회인 박노수(1927~2013, 서울대 교수)는 4회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았으며 전통화법을 근간으로 서양식 화법을 수용해 독창적이고 격조 높고 독특한 한국화의 세계를 구축했다. 같은 7회인 윤형근(1928~2007, 경원대 총장)은 면포나 마대 위에 청다색 또는 검은색 기둥을 세운 작품을 제작했다. 단순한 색채와 형태를 특징으로 한 그의 작품은 한국적 특성이 가장 잘 표현된 단색화로 주목을 받고 있다.

8회 이석우(1928~1987, 동아대 교수)는 서민의 삶과 현실반영을 통해 관념적 동양화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전통놀이인 농악을 모티브로 한 역동적인 묘사가 뛰어나다. 같은 8회 이상복(1929~1995)은 어려서부터 한학을 익히고, 서예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행·초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었다.

13회 이서지(1934~2011)는 화단에서 풍속 화가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다. 노년에 새로운 추상작품으로 획기적인 변모를 보여주나 끝까지 풍속화를 그렸으면 단원과 혜원을 잇는 풍속 화가로 미술사에 기록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주는 작가이다.

18회 김봉구(1939~2014, 이화여대 교수)는 구상적 이미지에서 발원된 비구상적 형태를 취하는 단순한 이미지를 특징으로 하며 주로 목조작업을 많이 했다. 20회 정해일(1941~2025, 청주교대 교수)은 비구상 화법을 이용하여 스프레이 기법에 의한 독창적인 표현법을 구사했다. 물방울 이미지를 화면 위에 그려서 표현하는 작가로 국전3회 특선 수상 작가로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동우

미술관장·화가

이와 같이 청주상고 출신 중 작고한 작가들뿐만 아니라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도 많다. 한국화 분야에 박영대(20회,백석대 석좌교수),이석구(20회,국전 대통령상 수상, 공주대교수),이재갑(40회), 배진석(41회),강호생(42회,충북미협회장 역임), 권세혁(42회) 작가가 있다. 또한 서양화 분야에는 김수민(24회), 신용일(34회) 그리고 조소 분야에 이돈희(34회,강동대 교수), 장백순(45회,청주미협회장 역임), 김기영(대만 타이난대 교수)이 있다. 서예 분야에서는 이동원(46회)작가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청주상고가 다른 학교와 다르게 많은 작가들을 배출할 수 있었던 이유를 분석해 보니 첫 번째 다른 학교들은 미술 과목이 아예 없거나 선택과목이었으나 청주상고는 '상업미술'이라는 필수 과목이 있었다. 특기생까지 모집해 미술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선·후배 간 위계질서가 엄격했지만, 끈끈한 정으로 뭉친 미술부가 있었다. 미술대 진학을 희망하는 후배들을 위해 졸업한 선배들이 찾아 와 지도를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세 번째 안승각(1908~1995), 김종현(1920~1971), 박영대, 이세훈 등 능력 있는 미술 교사가 있었다. 일본 유학 후 초빙된 안승각은 학생들에게 예술적 영감과 실질적인 지도로 제자들을 양성한다. 청주사범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지도한 학생 15명이 서울대 미술대학을 지망했다고 한다. 이 중 11명을 합격시켜 전국적으로 화제가 될 정도로 탁월한 미술교육자였다.

안승각에 이어 김종현(1회)이 1955년부터 근무하였는데, 그는 작품활동보다는 후학양성에 더 많은 애정을 쏟는다. 그 후에 박영대(20회), 이세훈(서양화가)과 같이 작품활동에 열정이 많은 교사들이 근무하면서 작가들을 키워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세월이 흘러 영원한 것은 없다고 미술 명문 청주상고는 2002년 인문계 대성고등학교로 변경되면서 그 명성을 잃었다. 평준화학교로 작가가 나올 수 있는 타교와 차별화된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것이다. 필자는 몇몇 청주 상고 출신 작가들과 가깝게 지내고 있고, 딸이 대성고에 다닐 때 교정을 많이 산책해서인지 애정이 많이 가는 학교이다. 명문미술부는 없어져 후배 작가들이 대를 잇고 있지는 않지만, 청주상고 출신 작가들의 왕성한 작품활동을 응원하며 글로벌 작가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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