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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1.06 17:17:32
  • 최종수정2026.01.06 17:17:32

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18세기 프랑스는 바로크 미술 양식이 저물고 '일그러진 진주'로 불리는 로코코 양식이 성행했다. 바로크 양식은 루이 14세의 집권 기간으로 왕권 중심의 웅장함이 특징인 반면, 로코코는 귀족 취향을 반영한 장식적인 미술 양식이었다. 따라서 파스텔 톤의 우아하고 부드러운 색감과 물결처럼 섬세하고 구불구불한 곡선이 특징적이다. 예술 작품과 건축, 공예품 등에 로코코 양식이 반영되었다. 프랑스의 왕 루이 15세의 정부 퐁파두르 부인은 문화 예술에 관심이 많았고, 정치적으로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 시기에 오늘날까지 정교하고 고급스러움으로 각광 받는 세브르 도자기가 탄생한다. 파리의 남서쪽에 위치한 세브르 지역의 도자기로 오랫동안 프랑스의 왕실 도자기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이렇게 되기까지 퐁파두르 부인의 공헌이 컸다. 1740년, 루이 15세와 퐁파두르 부인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시작되었으며, 당시 유럽에서 독보적이었던 독일의 마이센 도자기에 버금가는 프랑스만의 도자기를 만들고자 한 것이 시초가 되었다. 1756년 본격적으로 세브르 도자기의 생산이 시작되었다.

퐁파두르 부인은 프랑스에서 이곳에서만 도자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독점권을 부여했다. 루이 15세는 퐁파두르 부인을 지지했으며 왕실 재정을 도자기에 과감히 투자했다. 한편, 퐁파두르 부인의 초상화를 그렸던 궁정화가 프랑수아 부셰도 적극 참여했다. 그의 작품이 그려진 도자기가 제작되기도 했다. 부셰 뿐만 아니라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협업하였으며, 따라서 로코코 양식이 도자기에도 고스란히 깃들어있다. 세브르 도자기는 점차 독자적인 양식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일했던 예술가들이 다른 곳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다른 곳으로 디자인과 기술력이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을 철저히 유지했다.

파스텔 톤의 아름다운 색조와 유려하게 흐르는 곡선, 금채 장식은 당시 귀족들의 미의식을 체감할 수 있다. 꽃을 사랑한 퐁파두르 부인의 영향으로 그릇뿐 아니라 화병도 유행했다. 전시를 열어 홍보에도 적극 힘썼다. 그 결과 심미적으로도 뛰어나고 기능적으로도 우수한 다양한 형태의 도자기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도자기는 예술 작품인 동시에 실용성을 갖춘 하나의 브랜드라 할 수 있다. 퐁파두르 부인의 선구안은 오늘날의 시점에서도 아주 뛰어남을 알 수 있다. 우수한 하나의 브랜드가 탄생하기까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꾸준한 기술력을 연마하도록 지원했고, 독자적인 디자인 양식 개발, 효과적인 홍보, 도자기뿐 아니라 인접 영역의 우수한 인재 등용한 협업 작업, 귀족 중심 사회였던 미의식을 반영하고 고려했던 점을 들 수 있다.

무엇보다도 프랑스는 마이센 도자기에 버금가는 도자기를 만든다는 목표가 있었지만, 그것을 따라 하지는 않았다. 만약 그대로 따라 했다면 프랑스만의 독자적인 양식을 구축하지 못하고 언젠가는 사라졌을 것이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로 브랜드에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는 점이 오랜 시간 사랑받는 중요한 사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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