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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1.06 14:00:46
  • 최종수정2026.01.06 14:00:46

박영록

한국교통대 중국어전공교수

2026년은 병오년(丙午年)으로서 '붉은 말의 해'가 된다. 셋째 천간(天干)인 '병(丙)'은 '남방'에 속하여 '붉은색'과 '불(火)'에 대응한다. 12지지의 오(午, 말)도 남방에 속하여 '불'에 대응하니, 병오년은 역동적인 기운이 활활 타오르는 해가 되는 것이다. 직전 병오년인 1966년에 우리나라는 세계은행(lBRD)의 승인을 받아 '포항제철(당시에는 입지가 결정되지 않았고 단지 종합제철소 건설계획 상태였음)'의 건설을 위한 '한국국제철강연합'이 구성되었다. 불의 해에 불로써 한강의 기적을 만들 기초가 놓인 셈이었다.

조금 더 예전을 보자면, 1366년 병오년에는 공민왕이 전민변정도감을 설치하여 권문세족이 불법적으로 빼앗은 토지를 원주인에게 돌려주고 억울하게 노비로 전락된 양민의 신분을 회복시키는 강력한 개혁 정치를 시행하였다.

또 세종 8년인 1426년 병오년에는 안타깝게도 2월 15일 (양력 3월 23일)에 서울에서는 주택 2,000호가 전소되고, 실종된 사람은 제외하고 수습된 시신만 33명에 달하는 대규모 화재 참사가 발생한다. 또 바로 다음날에도 종루 인근의 전옥서에서 불이나 전옥서와 인가 200여 호가 연소되었다. 이때 세종은 길을 넓히고, 인가와 관청에 우물을 파서 물을 저장하여 향후 화재에 대응하게 하는 한편, 화재방비를 위한 최초의 상설기구인 금화도감(禁火都監)을 설치하였다. 재난은 있었으나 같은 참화를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세종의 지혜가 보이는 대목이다.

한편 역사란 '옳은 일'과 '좋은 일'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가령 1906년 병오년은 1905년 을사늑약에 대한 반발로 민종식 등이 주도한 홍주의병, 유림의 지도자인 최익현의 의병 등 구국의 불길이 타올랐던 해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명마 품종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달릴 때 땀이 피가 되어 흐른다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한혈보마(汗血寶馬)'이다. 기원전 2세기에 장건이라는 사람이 서역을 다녀온 뒤 '대완'이라는 나라에 가히 '천마(天馬)'라 할 수 있는 한혈보마가 있다는 정보를 아뢴다. 이에 한 무제는 '이런 말만 있으면 흉노에 대적할 수 있겠다' 하여 오늘날 중앙아시아의 페르가나 분지의 대완국까지 기원전 104년과 기원전 102년의 2차례 원정군을 파견한다. 좋은 말이란 이처럼 중요한 것이었다.

원래 말이라 하면 대지를 박차고 달리는 힘찬 모습을 연상하게 마련인데, 붉은 말이라 하니 그 힘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다만 아무리 좋은 기운이라도 제 스스로 사람에게 좋은 일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니, 우리가 어떻게 쓰느냐에 달린 것이다. 모쪼록 우리 모두 힘차게 약동하는 붉은 말의 기운을 받아 소소한 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분란은 없애고 계속 발전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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