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0.9℃
  • 맑음강릉 24.1℃
  • 맑음서울 21.6℃
  • 맑음충주 20.3℃
  • 맑음서산 23.0℃
  • 맑음청주 21.5℃
  • 맑음대전 23.2℃
  • 맑음추풍령 22.2℃
  • 맑음대구 24.8℃
  • 맑음울산 25.3℃
  • 맑음광주 24.5℃
  • 맑음부산 26.5℃
  • 맑음고창 23.5℃
  • 맑음홍성(예) 22.3℃
  • 비제주 23.9℃
  • 맑음고산 24.3℃
  • 맑음강화 21.5℃
  • 맑음제천 20.6℃
  • 맑음보은 21.1℃
  • 맑음천안 21.6℃
  • 맑음보령 25.7℃
  • 맑음부여 21.8℃
  • 맑음금산 21.8℃
  • 맑음강진군 25.5℃
  • 구름많음경주시 25.3℃
  • 맑음거제 25.0℃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6.01.04 15:02:27
  • 최종수정2026.01.04 15:02:26

김나비

시인·중앙대문예창작학과 박사

그녀를 생각하면 고3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올해로 여든을 맞는다는 그녀는 아직도 십 대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 늘 배우는 자세로 매사에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그녀를 보면 경외감마저 든다. 그녀는 언제나 시험을 앞둔 학생처럼 바쁘고, 원고 마감을 앞둔 작가처럼 진지하다. 영화도 찍고, 그림도 그리고, 시도 쓰는 그녀는, 하나만 해도 벅찰 나이에 여전히 다음 장면과 다음 문장을 궁리한다.

며칠 전, 함께 천안을 가는데 검정 비닐봉지를 툭 내밀었다. 풀어보니 청국장 덩이였다. 누렇게 발효된 콩들이 서로의 냄새를 끌어안고 있었다. 해마다 이맘때쯤 엄마가 해주셨는데, 이젠 안 계시니 그 맛을 볼 수 없겠다 싶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그리운 향기를 건네받았다. 냄비에 두부와 파 마늘을 넣어 끓인다. 진한 향이 집안에 가득 퍼진다. 그 깊은 향을 들이마시다 문득 깨닫는다. 이 청국장은 음식이 아니라 그녀의 시간이라는 것을.

청국장은 단시간에 뚝딱 만들 수 없는 음식이다. 콩을 고르고, 삶고, 띄우고, 발효가 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 시간을 보내며 함께 먹을 사람들과 나누어 줄 사람들을 조용히 떠 올렸으리라. 그녀의 삶도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리라. 젊은 날엔 정성을 다해 아이들을 키웠을 것이고, 아이들이 자란 후에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시간을 일구었으리라. 겉보기엔 투박하고 거칠어 보여도, 그 안에는 깊은 맛이 스며있다. 화려하지 않아도 오래 남는 맛,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시간의 결이다. 그녀는 늘 말한다. "나는 아직도 배우는 중이에요. 사람은 평생 배워야 해요." 여든의 입에서 나오는 그 말은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녀는 매사에 메모를 하고, 질문을 하고, 새로운 배움을 즐긴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도, 화실에서도, 원고지 앞에서도 그녀의 눈은 고3처럼 반짝인다.

청국장을 한 입 떠 넣는다. 입안으로 세월의 맛이 은근하게 번진다. 깊은 맛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삶도 글도 결국 발효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고의 시간을 견딘 사람만이 진한 맛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그녀가 건넨 것은 한 끼의 반찬이 아니라,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생의 가르침이다. 그녀를 생각하며 생각에 젖는다. 그리고 혼자 되내어 본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고, 늦어도 괜찮으며, 아직도 시작할 수 있으니 용기를 내자고! 누렇게 익은 청국장처럼, 그녀의 삶은 조용하고 은근하게 나를 데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취임 100일' 이상식 충북도의장 "일 잘하는 의회 만들고 실행에 전력 다할 것"

[충북일보] 취임 100일을 맞은 이상식 충북도의회 의장은 "지난 7월 취임 이후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했다"며 "도민들이 의회에 바라는 게 무엇인지, 의회를 어떻게 잘 이끌어갈지 깊이 고민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도민 행복이라는 하나의 지향점을 향해 지역 사회와 발걸음을 맞추는 의회가 돼 도민 삶 속으로 더 깊이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의장과 일문일답. ◇ 취임 100일 소감은. "13대 충북도의회 전반기 의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지 100일이 지났다. 보람과 성찰이 함께한 시간이었다. 여야 간 원 구성을 큰 잡음 없이 마무리하고 주요 현안마다 의견을 폭넓게 모아 조율하며 의회가 도민을 위한 일에 한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반면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서 의회의 노력이 도민이 체감하는 속도에 미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남은 임기 동안 이런 아쉬움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 임기를 마치는 날 '미처 다하지 못한 일'보다 '도민과 함께 이루어낸 성과'가 먼저 떠오르는 의회가 되도록 늘 처음의 마음으로 성실히 달리겠다." ◇ 13대 충북도의회 출범 후 변화된 모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