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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오년,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인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 웹출고시간2026.01.04 15:05:35
  • 최종수정2026.01.04 15:05:34

정초시

후마니타스 포럼 대표

우리의 세계관과 가치관 형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점은 자신이 경험했던 가장 극적인 상황이라고 한다. 이는 연령별로 자신의 극적인 경험치가 어떠하느냐에 따라 정치 및 경제 의식이 상이하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특히 지난 한해동안 12.3 비상계엄의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누구나 보편적으로 받아드릴 법한 후진적인 정치행태에 대하여 이념갈등이라는 외피로 찬반이 상존한다는 것은 그간 누적되어온 의식갈등의 폭발이라고 볼 수 있다.

영국을 비롯한 서구사회에서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는 거의 300여년에 걸쳐 정착되고 성장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세대간의 의식갈등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경향을 가졌다. 다시말해 정치구조가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제도적 개혁이 수반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즉, 경제적 갈등을 조정해가는 정치적 과정이 사회적 자본으로 축적되어 있었기 때문에 갈등이 사회적 진보로 진화하는 경험을 하였다.

한국경제는 196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1인당 GDP가 400배 이상 성장하는 등 전 세계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압축고속성장을 했다. 그러나 경제규모는 커졌지만 경제를 바라보는 의식 수준은 아직도 후진적이다. 한국사회는 일제강점기 시대와 자유당정권 및 5.19혁명, 박정희정권의 산업화시대, 5.18광주민주화 운동 이후 민주화시대, 90년대 이후 IT시대, 선진국경제진입 등을 거치면서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듯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각각의 시기를 경험하면서 의식이 상이한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동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이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든다. 즉, 자기 경험에 비추어 현재의 정치경제 상황을 판단하여 행동하기 때문에 의식갈등이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것이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서 보이듯이 현재의 갈등상황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보수아 진보 간 이념갈등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순수한 의미에서의 이념갈등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자신의 경험에 입각한 세계관과 가치관의 차이일 뿐이고, 이것을 정치가 조정하기보다는 증폭시킨다.

정치를 흔히 갈등조정의 예술이라고 한다. 민주주의 제도 자체가 주체들의 이해관계 충동에 따른 갈등을 조정하는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간의 정치를 보면 갈등의 조정자가 아니라 갈등을 적극적으로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갈등의 주체가 그들의 정치적 기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정치는 경제의 건강성을 해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치가 경제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갈등의 조정 뿐 아니라 갈등조정을 통해 사회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가치를 제시하고 국민들을 설득하고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영국의 탁월한 정치인으로 알려진 윌리엄 윌버포스는 인류문명의 발전에 치욕으로 남았던 노예제 폐지, 당시 정치인의 도적적 타락의 개혁과 사회적 약자들의 지위향상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다이아몬드 수저로 알려졌지만, 말년에는 자신의 재산을 남김없이 사회개혁을 위해 쏟아부을 정도로 사적 이익의 추구를 지양했다. 45년의 국회의원 생애 가운데 개혁을 위해 뜻을 같이하는 공동체를 이루었으며, 심지어는 정당이 다른 의원들도 동참할 정도의 공감능력도 보여주었다. 결국 그는 노예제라는 외적 사슬을 문명의 역사 속에서 끊었다.

올해 다시 선거의 시즌이 다가왔다.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난제와 갈등, 그리고 사회적 혼란 등을 정치가 풀어야할 때가 온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윌보포스가 그랬던 것처럼 사적이익을 철저히 배제하고, 갈등을 발전의 원천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조정하며, 누구나 공감하고 납득하며 동참할 수 있는 인간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정치인이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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