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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2.29 14:17:30
  • 최종수정2025.12.29 14:17:30

이정민

청주시청 도시계획상임기획단·공학박사

개구리밥은 자원 순환과 지속가능 농법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한다. 축산 폐수에서도 살아남아 질소와 인을 빨아들인다. 이 과정에서 물이 정화된다. 빨아들인 영양분은 단백질 형태로 축적되어 동물의 천연 사료가 된다. 비타민 A와 B, 카로티노이드와 같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가축의 면역력도 높여준다. 벼농사에도 이롭다. 개구리밥이 수면을 빽빽하게 덮으면 햇빛이 차단되어 잡초가 싹을 틔우지 못한다. 천연 제초제 역할을 한다. 뜨거운 여름에는 수면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아 벼의 뿌리를 보호한다.

지렁이는 낙엽이나 동물의 사체를 먹고 질소, 인산, 칼륨 똥을 싼다. 이 똥은 식물이 자라는 데 최고의 비료가 된다. 지렁이가 땅속을 헤집고 다니며 굴을 만들면, 이 굴을 통해 산소가 공급되고, 빗물이 스며든다. 개구리밥이 물의 순환을 돕는다면, 지렁이는 토양의 순환을 담당한다. 찰스 다윈은 지렁이를 일컬어 '지구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생물 중 하나'라고 했다.

이 대체 불가능한 일꾼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개구리밥과 지렁이가 지천이던 시절, 우리는 건강하게 자란 고기와 쌀을 먹을 수 있었다. 업사이클링은 기후 위기 시대에 급조된 단어가 아니라 자연 속에 이미 존재하던 순리이다. 사라지고 있는 것은 개구리밥과 지렁이뿐 아니다. 손을 대면 공처럼 몸을 동글게 말아 굴러가던 공벌레도, '뜸북뜸뿍 뜸북새 논에서 울고~'의 주인공 뜸부기도, 소금쟁이와 물방개도, 꿀벌도, 할미꽃도 볼 수 없다.

땅강아지가 사라지면 땅강아지를 먹고 사는 찌르레기가 사라진다. 꿀벌이 사라지면 나무가 열매를 맺지 못한다. 뜸부기가 없는 논은 독성 물질이 많다는 경고이다. 생태계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위험은 결국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인간에게 수렴될 것이다.

도시첨단문화산업단지 옥상텃밭 제안

도시첨단문화산업단지 옥상에 텃밭을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 싶었는데, 서두가 길었다. 그러나 개구리밥도, 지렁이도, 공벌레도, 할미꽃도 모두가 소중하고 그리워서 줄일 수가 없다. 다시 불러내고 싶다.

문화제조창C 옥상정원 서쪽에 서면 눈앞에 우암산이 있고, 첨단문화산업단지 옥상이 보인다. 뭐든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텅 비어 있어 볼 때마다 아깝다.

뉴욕에는 브루클린 그레인지(Brooklyn Grange)가 있다. 도시에서도 농업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단체이다. 2010년 롱아일랜드 시티의 낡은 옥상에서 시작해 지금은 3개의 옥상 농장을 운영한다. 연간 40톤의 유기농 작물과 680kg의 꿀을 수확한다. 직거래를 통해 레스토랑과 식료품점에 공급하고, 저소득층에게는 저가로 제공한다. 파머스 마켓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도시첨단문화산업단지에도 '청주 그레인지'가 필요하다. 우암·내덕동 시니어클럽, 청주농고, 도시농업 관련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옥상재단을 만들고, 자원봉사자들도 모집하여 작물을 관리하면 어떨까. 텃밭, 온실, 캐노피, 모래 놀이터, 공유 부엌도 설치하자. 야외 공연, 영화제, 요가, 어린이 방과후 프로그램, 요리 강습, 농부 학교, 상상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흔히 걱정하는 방수와 하중의 문제는 현대 공학 기술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오히려 옥상 녹화는 건물에 가해지는 직사광선을 차단해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건물의 수명을 늘려주는 경제적인 선택지이다. 이곳에서 자란 싱싱한 채소는 단지 내 어린이집과 구내식당에 오르고, 정기적으로 열리는 농부 시장은 시민들을 문화제조창으로 불러모으는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그곳이라면 지렁이와 개구리밥도 다시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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