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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2.25 15:11:06
  • 최종수정2025.12.25 1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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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카소, 가타가 있는 정물.

ⓒ 연합뉴스
[충북일보] 모든 작가들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유명해지고 자신의 그림이 비싼 가격에 많이 판매되길 바라며 붓을 잡고 있다. 그러면 그림이 잘 팔리는 인기작가가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작가들은 나름대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기를 알리고 있겠지만, 앞서 값비싼 가격에 그림을 판 작가들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그 답은 쉽게 나올 것이다.

스페인 출신 파블로 피카소(1881~1973)는 예술의 도시 파리에 진출해 어떻게 미술계의 슈퍼스타가 됐을까. 그 과정을 추적해 보면 남과 다른 특별한 방법을 엿볼 수 있다. 피카소는 유명예술가들이 많이 모이는 카페를 찾아가서 주인에게 그림을 공짜로 주거나 값싸게 팔아 벽에 걸도록 해서 예술가와 수집가들의 눈에 띄도록 했다고 한다. 또 특이한 마켓팅 방법을 구사했는데, 화랑가를 돌며 "피카소 그림 있어요?"라고 물어보고 다녔다고 한다. 그 후에 개인전을 열어 미리 얘기해둔 친구들에게 그림을 모두 사게 하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해 사는 척하는 전략으로 피카소가 잘 나가는 작가라는 이미지를 심어 줘 화상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이를 볼 때 피카소는 뛰어난 화가이기 전에 남다른 사업가였다.

피카소가 살아있을 때부터 잘 나가는 작가였던 것에 비해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생전에 그림을 1점밖에 팔지 못한 무명화가였다. 그런 그가 어떻게 사후에 세계적인 화가가 될 수 있었을까. 거기에는 동생 테오의 부인 요한나 헤지나 반 고흐 봉허(1862~1925)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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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농부의 초상'

ⓒ 연합뉴스
고흐(1890)와 테오(1891)가 6개월 간격으로 연속 사망하면서, 고흐의 그림과 편지 1천여 점이 모두 요한나에게 상속됐다. 당시 고흐는 무명화가로 죽었고, 남아있는 작품 대부분은 팔리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한나는 고흐의 예술적 가치와 테오의 확신을 믿었기에 작품을 지키고 알리기로 결심한다.

제일 먼저 요한나는 고흐 작품을 정리, 분류 및 보존 작업을 한다. 두 번째로 요한나는 고흐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유럽 주요 미술 전시회에 적극적으로 출품해 비평가들이 고흐 작품을 접하게 했다. 영향력 있는 화상과 비평가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고흐의 예술적 가치가 스스로 증명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세 번째는 무명시절 작품을 싼값에 대량 판매하기 시작하면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알았기에 박물관이나 유력 컬렉터에게 먼저 판매해 화가의 위상을 상승시켰다. 이는 훗날 고흐 작품의 희소성과 가치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네 번째는 고흐와 테오가 주고 받은 편지를 책으로 펴낸다. 고흐의 인간적 면모와 예술에 대한 열정과 치열한 사고를 보여주는 편지들을 선별해 고흐가 '고독한 천재 예술가'라는 이미지를 조성한다.

다섯 번째는 독일 화상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시회를 개최했다. 특히 독일 표현주의 그룹이 고흐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연구하는 분위기를 유도했다. 마침내 '고흐는 현대 미술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게 한다.

여섯 번째는 암스테르담에 '반 고흐 하우스'를 운영한다. 이곳에 고흐 작품들을 걸어두고 예술가, 비평가 그리고 화상들을 초대해 그곳을 사적인 전시공간으로 활용한다.

일곱 번째는 작품을 국가기관인 미술관과 박물관에 기증해 고흐를 '국민의 화가'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이를 볼 때 요한나가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아는 반 고흐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장을 했던 미술평론가 윤범모는 '미술본색'이라는 책에서 비교적 용기 있게 미술계를 까발렸다.

그중 한국 미술계에서 스타 작가가 되기 위한 10가지 방법으로 △역사의식 같은 것은 쓰레기통에 버려라 △무조건 대국의 유행을 따르라 △무표정의 장식 그림만이 살길이다 △무슨 짓을 해서든 유명해져라 △패거리를 이뤄 인맥을 관리하라 △경력을 관리하라 △전업 작가보다는 대학교수 쪽을 택하라 △책을 읽지 마라 △그림값은 멋대로 불러라 △작가정신과 속물근성을 맞바꿔라 등을 제시하며 그림 시장을 신랄하게 비꼰다.

위에서 열거한 피카소와 고흐의 사례와 윤범모 평론가의 글을 살펴보면 스타 작가가 되는 방법은 자신의 작품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널리 알리는 것이 지름길이다. 요즘 TV 트롯 경연대회를 통해 하루아침에 스타 가수가 탄생되는 것을 보면 홍보의 위력을 알 수 있다.

"열심히 그림 그리다 보면 언젠가는 유명작가가 되겠지" 라는 마음은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다. 화가는 그림 그리는 것이 주업이므로 직접 자신의 작품을 효율적으로 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스타 가수가 대형기획사와 방송사에 의해 만들어지듯, 스타 작가는 대형화랑에서 발 벗고 키워야 나올 수 있다. 주로 화상들은 돈이 될 만한 작품을 그리는 작가만을 발굴해 키운다. 이들에게 간택 받으려면 대중들이 좋아하는 작품 스타일이어야 하고 작품 양도 많아야 하는 등 만만치가 않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서양과 다르게 아직까지도 명품 가방끈(?)이 긴 것도 통하고 있다.

어쨌든 1만명 중에 한명 밖에 안 나온다는 스타 작가가 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처럼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많은 작가들은 스타 작가를 꿈꾸며 오늘도 붓을 잡는다.

이동우

미술관장·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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