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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2.29 17:57:09
  • 최종수정2025.12.29 17:57:09

박정호

전 환경부 녹색산업혁신성장 옴부즈만

"법대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가 국민의 삶을 무너뜨린다면, 정말 잘한 행정일까.

요즘 충북 충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활옥동굴 폐쇄 사태'는 행정이 '법치'와 '민생'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를 묻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충주 활옥동굴은 1922년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활옥 채광을 위해 만들어진 폐갱도다.

어둡고 낡았던 이 동굴은 지역 사업자의 노력으로 2019년 관광지로 재탄생했다.

물론 충주시와 각종 인허가 사전컨설팅 지원을 받고 이상없음을 확인한 후 영업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보석을 캐는 체험을 하며 웃고, 역사와 근대 일제침탈 산업의 흔적을 느끼고 있으며, 제6차 산업으로 각광 받는 첨단농업 현장도 체험할 수 있다.

약 5년이 경과한 지금, 이곳은 해마다 47만 명 이상이 찾고 있으며, 충주 지역경제의 심장 같은 존재이다.

그런데 2025년 11월, 산림청은 이 동굴의 일부가 '보전국유림의 지하'에 포함돼 있다며 불법 사용을 이유로 폐쇄를 명령했고 지역여론은 들끓었다.

갱도가 위치한 지하는 땅속 23~50m. 눈에 보이지도 않는 땅 아래를 '국유림'이라며 사용허가를 받지 않으면 불법시설로 폐쇄를 위한 강제집행을 예고했다. 불법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사업자가 관련 과징금을 납부하며, 자구책으로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으나, 산림청은 안 된다는 입장만 고수하는 가운데 지역사회는 충격에 빠지게 됐다.

산림청의 논리는 간단하다.

법에 어긋났다 것. 하지만 되묻고 싶다. 과연 이 공간이 보전할 만한 '산림 또는 국유림'인가를.

해당 국유림 지하는 수목도, 토양도, 생태계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다.

실제 100년 전부터 광산도로 사용됐고, 지금은 안전진단과 광해방지조치까지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갱도를 폐쇄해서 얻는 공익은 무엇이며, 유지했을 때의 공익은 무엇인지를 되묻고 싶다.

폐쇄하면 법적 원칙을 지킬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해 충주지역 경제는 무너지고, 역사 유산은 버려지며, 주민의 삶터는 폐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유림 지하 땅 1천200평의 보전이냐, 충주를 넘어 충북 북부권역의 생존이냐가 걸린 중대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적극행정', '규제개선', '지역균형발전', '인구소멸 대응'을 강조하고 있는 현 정부 정책은 사람을 그리고 지역을 우선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정작 정책현장에서는 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이 체감하는 행정은 단순한 '법 적용'이 아니라, '삶의 품질'을 지키는 일이며, 결국은 정책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충주시, 사업자, 산림청이 12월 초부터 협의체를 구성해 양성화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유림 하부 공간에 대한 법·제도적 정비, 보전국유림의 합리적 재구분 기준 마련, 조건부 임대 및 양성화 절차 확립,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한 규제특례 적용 등을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

활옥동굴은 단지 하나의 관광지가 아니다.

이곳은 과거의 산업, 현재의 민생, 그리고 미래의 정책 철학이 만나는 접점이다.

정부가 그리고 우리 사회가 올바른 선택을 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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