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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2.17 14:42:33
  • 최종수정2025.12.17 14:42:32

한기연

음성문인협회장

사색하기 좋은 겨울이 곁을 주는 시간이다. 한 해를 무탈하게 보냈다는 안도감과 이유 모를 서운함이 밀려온다. 일 년을 되돌아보는 일은 비단 나뿐만 아니라 관계된 단체에서도 바쁘게 움직인다.

마을의 아이들을 모두 함께 따뜻하게 품으려는 교육의 하나로 온 마을 배움터가 지속한 지 몇 년 되었다. 나는 지역의 마을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교육의 지향점을 곧게 세우고 있다.

군수님의 교육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말씀이 끝나고 교육장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예전에 알고 있던 분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자세를 앞으로 기울이며 경청했다. 교육장님은 교육현장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셔서인지 교육에 대한 신념이 확실했다. 두 개의 고사성어를 예를 들어서 교육의 방향을 말씀하셨는데 잊히지 않는다. 길지 않은 말이었지만 교육에 대한 가치관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했다.

그중 발묘조장(拔苗助長)은 맹자(孟子)의 《공손추(公孫丑) 상(上)》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송나라의 한 어리석은 농부가 심은 벼가 다른 벼보다 더디게 자라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벼의 싹을 하나하나 뽑아 올려주었다. 몹시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오늘 곡식 싹이 자라는 것을 도와주었노라." 자랑했지만, 다음 날 논에 가보니 싹은 이미 모두 말라 죽어 있었다. 교육현장의 조급함을 비추는 이야기다. 아이의 속도와 호흡을 무시하는 모든 압박은 결국 성장의 뿌리를 말려서 죽이는 독소가 된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줄탁동시(·啄同時)는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기 위해 안에서 껍질을 쪼는 행위(줄, ·)와 이를 알아차린 어미 닭이 밖에서 껍질을 쪼아 깨뜨려 주는 행위(탁, 啄)가 동시에 이루어져야(同時) 비로소 하나의 생명이 탄생함을 이르는 말이다. 이 둘의 합일, 즉 내적인 준비와 외적인 도움이 완벽한 순간에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깨달음과 성장이 이루어진다.

두 개의 고사성어는 교육의 본질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키며, 우리 시대의 조급함과 진정한 성장의 가치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교육은 억지로 잡아당겨 결과를 만드는 '발묘조장'이 아니라, 학생의 내면에서 피어나는 '줄' 소리를 경청하고, 그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세상과 이어지도록 '탁' 해주는 역할이다. 마을에서 우리는 모두 선생님이다. 지식이라는 물을 주되, 그 뿌리가 스스로 땅속 깊이 뻗어 나갈 시간을 주는 선생님의 기다림이 아이를 성장하게 한다.

나는 지금까지 어떤 선생님이었을까? 처음 시작했을 때는 많은 것을 주고 싶은 욕심에 성급하게 도와주고, 작품완성에 치중했었다. 경험이 쌓이면서 아이마다 다른 속도를 인정하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재촉하는 마음을 누르고, 싹을 잡아당기려는 조급함을 실천하며 비로소 성장하는 나를 발견한다.

방과 후 강사로 26년 동안 해 올 수 있었던 근간은 아이들이다.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껍질을 쪼는 아이의 재잘거림을 알아채고, 거기에 힘을 실어 주는 메아리를 보낸다.

밖으로 나오니 잎을 모두 떨군 나무가 바람에 스치는 겨울 노래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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