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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2.17 14:39:41
  • 최종수정2025.12.17 14:39:40

김경숙

(전)청주시평생학습관장

언제 끝날지 모를 터널이 있다. 밝은 빛이 간절해질수록 어둠은 더 길게 느껴지고, 그 안에서 머리와 가슴은 점점 부풀어 오른다. 마침내 어둠을 빠져나오면 몸 안에 가득 찼던 긴장은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천천히 가라앉는다. 그렇게 나는 어둠을 두려움으로 배워왔다.

머리 검사를 위해 찾은 병원에서 기계적인 음성으로 "여기 누우세요"라는 말이 들리고, 이내 문이 닫히던 순간이 있다. 숨이 콱 막히며 전혀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아 뛰쳐나와 헐떡이던 당황스러운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 관에 들어가 죽음을 체험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늘 같은 생각을 했다. 그 어두운 관 속에서 과연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체험이 아니라 정말 죽게 되면 어쩌지. 생각만 해도 숨이 막혀왔다. 관 뚜껑이 덮이는 순간의 답답함을 끝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낯선 길에서 어두운 터널을 만날 때면, 끝없는 막막함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럴 때면 심호흡을 하며 은하철도 999 노래를 불렀다. 어릴 적부터 동경하던 우주를 향해 가는 길이라고 스스로를 달래다 보면, 조금은 마음이 가라앉았다. 누워 있는 머리 위로 무언가가 내려와 덮일 때 느꼈던 숨 막힘과 온몸을 옥죄는 감각을 이겨내기 위해 발버둥 치던 나 자신이 안타깝게 느껴지던 시간을, 나는 오랫동안 그렇게 견뎌왔다.

그런데 며칠 전, MRI 검사를 받으러 간 병원에서 뜻밖의 전환이 찾아왔다. 폐쇄공포증 때문에 늘 수면 검사를 해왔고, 영상 속의 나는 무의식적으로 움직여 결과가 좋지 않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때 간호사님이 내게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그냥 해볼 수는 없을까요?" 뚜껑에 거울을 달아 밖을 볼 수 있고, 보호자가 함께 들어와 손과 발을 만져줄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병원에 갈 때마다 되뇌던 말이 떠올랐다. '살려고 왔지. 무서워하지 말자.'

의식이 또렷한 상태로 검사를 받는 동안, 언니가 내 발을 가만히 쓰다듬어 주었다. 순간적으로 답답함이 밀려올 때면, 손자와 함께 기차 레일 위를 달리던 장난감 자동차를 떠올렸다. 나는 지금 레일 위를 달리는 자동차야. 움직이면 탈선하니까, 가만히 있자. 그렇게 나 자신에게 말을 걸며 검사받는 시간을 견뎌냈다.

긴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기계에서 내려오는 순간, 나는 속으로 나 자신을 칭찬했다. 잘 견뎌냈다고. 오랫동안 나를 막아 세웠던 답답함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다. 누군가의 진심 어린 손길은 공포를 없애주지는 못해도, 그것을 건너갈 힘은 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다시 세상 쪽을 향해 몸을 돌린다. 여전히 흔들리고, 아직 완전히 익숙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레일 위에 올라선 자동차처럼, 멈추지 않고 정해진 방향을 따라 천천히 나아간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서두르지 않은 속도로 나만의 길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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