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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그의 표정이 밝아졌다. 바라보는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햇볕에 이파리들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나는 건강해진 싹소롬을 살펴보며 미안한 마음을 고백했다.

2주 전쯤의 일이다. 겨울이면 햇볕이 거실 깊은 곳까지 들어온다. 마치 그 햇빛을 기다렸던 것처럼 거실 양지쪽에 신문지를 깔고 베란다에 있던 화분들을 들여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싹소롬이다.

싹소롬이 나에게 온 지 1년이 되었다. 지인에게 얻어온 싹소롬을 마땅한 화분이 없어서 그만 이파리가 비슷하게 생긴 장미허브 화분에 주인의 허락도 없이 자리를 내주었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미안한 마음이 무뎌졌었다. 겨울이 되어 화분을 거실에 들여놓으려다가 장미허브와 싹소롬이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알맞은 크기의 화분과 흙을 사 분갈이를 했다. 싹소롬은 화분에 심었고 장미허브는 건강해 보이는 가지를 잘라 물병에서 뿌리를 내린 후에 화분에 옮겨심기를 했다.

겨울에 좀 무리인 것 같았지만 시작한 김에, 숙제처럼 늘 마음에 두었던 알로카시아도 분갈이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알로카시아가 건강하게 잘 자라 기존에 있던 화분으로는 도저히 감당을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이번 기회에 드디어 분갈이를 하게 된 것이다.

게으름과 핑계를 대며 미루는 동안 도무지 그의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나의 탓일지도 모를 일이다. 햇볕 좋은 날에 양지쪽에 앉아 분갈이를 하며 관심이 부족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구한 날 다 놔두고 왜 하필 겨울이 돼서야 분갈이를 하는 것인지 내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막상 분갈이를 하려고 하자 알로카시아가 화분을 놓아주질 않았다. 뿌리가 다칠세라 미리 물을 주고 흙을 부드럽게 만들어 천천히 당겨 보았지만 화분을 잔뜩 움켜쥐고 있었다. 다시 가장자리를 돌아가며 연장으로 화분과 흙을 분리하고 조심스럽게 뽑아 올리자 헝클어진 실타래 같은 뿌리가 뭉쳐있었다. 작고 비좁은 화분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그동안 속앓이를 한 것이다. 마치 내 속내를 들킨 것 같아 얼굴이 뜨거웠다.

키가 큰 화분에 흙을 넉넉하게 담고 알로카시아 뿌리가 잘 내리도록 분갈이를 잘 마쳤다. 그리고 겨울 채비를 위해 거실 햇빛이 잘 드는 남쪽 창문을 향해 베란다에 있던 화분을 배열하여 정리했다. 여우꼬리 선인장, 만손초, 접란 등등 겨울 손님들이 거실로 들어왔다.

겨울 손님들이 거실로 들어오자 나에겐 새로운 습관이 하나 더 생겼다. 햇볕이 따뜻한 한낮이 되면 작은 화분은 옮겨주고, 크고 무거운 화분은 방향을 돌려주며 차를 마시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 나도 햇볕을 쬔다. 어느덧 2주일이 넘었고 처음에 어색하고 불편했던 겨울 손님들의 표정이 편안해졌다.

한 화분에서 자라다가 이번에 분갈이로 독립을 하게 된 장미허브와 싹소롬은 이파리에서 빛이 나고, 키가 큰 화분으로 이사를 한 알로카시아는 다리를 편안하게 편 사람처럼 길쭉한 가지를 펴며 이파리도 건강하게 보인다. 만손초는 이파리 가장자리에 달린 작은 싹을 자꾸만 떨구어 화분을 하나 더 만들어 주었다. 접란은 둥글게 휘어진 잎을 우아하게 늘어뜨리며 멋진 그림자까지 선사해 준다.

주말에는 겨울비가 내렸다. 일기예보에서는 비가 눈으로 바뀔 것이라고 했고, 또 많이 내리겠다며 대설주의보가 내린 지역을 호명하기도 했다. 아침에는 산에 눈꽃이 하얗게 피었다. 아파트 정원에 있는 나무에도 잠시 눈꽃이 다녀갔다. 여우볕이 나오자 환해졌다가 어두워졌다가 바람이 불다가 멈췄다가 겨울이 깊어지는 주말이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겨울 손님들과 눈 맞춤을 한다. 무심코 화분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싹소롬이 토끼귀처럼 새끼손가락 길이의 꽃대를 두 개나 올려 앙증맞은 꽃봉오리를 매달고 있는 것이다. 겨울 손님이 있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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