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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2.15 14:31:03
  • 최종수정2025.12.15 14:31:02

김연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대학교 교수

탄소배출은 과연 기후와 환경만의 문제일까?. 며칠 후면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는 EU 역내로 수입되는 역외 생산품에 대해, EU 내에서 생산될 경우 부담해야 하는 탄소 비용과 동등한 수준의 비용을 추가로 부과·징수하는 제도다. 국제무역에서 거래되는 상품에 내재된 탄소 배출량에 가격을 매김으로써, 생산 지역에 따른 경쟁 조건의 불공정을 해소하려는 것이다. 동시에 탄소 규제가 느슨한 지역으로 생산이 이전되는 이른바 '탄소 누출(Carbon Leakage)'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기도 하다. 이제 탄소는 환경 영역을 넘어 경제와 산업, 무역의 핵심 기준으로 작동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되었다. 지금까지의 전환 기간 동안에는 제도의 안착을 위한 시험 운영 차원에서 배출량 보고 의무만 부과되었고, 실제 비용 부담은 없었다. 그러나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확정 기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신고된 배출량을 기준으로 CBAM 인증서를 구매해 비용을 납부해야 한다. 인증서 가격은 EU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U ETS) 가격과 연동된다. 현재 적용 대상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수소, 전기 등 6개 품목이다. 그러나 앞으로 대상 품목이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탄소배출 집약도가 높은 제조업 비중이 큰 지역일수록 그 부담은 더욱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CBAM은 단순한 국제 규제를 넘어, 지역 산업 구조와 고용, 세수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변수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산업현장의 준비 수준이다. 다수의 수출기업, 특히 중소·중견기업은 아직까지 탄소 배출량 산정과 검증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 제도에 대한 이해도는 낮고, 컨설팅 비용과 행정 부담도 적지 않다. 만약 충분한 준비 없이 CBAM을 맞이할 경우, 기업들은 비용 부담 증가와 거래 제한이라는 이중의 압박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위기는 준비 여부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중요한 질문이 제기된다. CBAM이라는 거대한 파고를 기업의 '자율적 대응'에만 맡겨도 되는가. CBAM 대응은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국가 차원의 전략적 개입과 체계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하게 EU의 최신 동향을 파악해 기업에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들이 해당 내용을 실제로 얼마나 심층 이해하고 있는지, 대응 체계는 어느 수준까지 구축되어 있는지를 세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더 나아가 기업들이 현장에서 능숙하게 대응할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는 정부의 능동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CBAM을 단순한 규제가 아닌 지역 산업의 체질 전환을 위한 핵심 정책 의제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들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전담 지원 조직과 현장 중심의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탄소 배출량 산정·검증, 데이터 관리, 교육·컨설팅 역시 개별적이고 분절된 사업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계된 통합 체계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CBAM 대응은 단기적 비용 부담의 문제가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지역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과정이다. 지금까지의 화석연료 경제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 대표되는 지속가능하고 환경친화적인 경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 즉 '국민적 인식혁명'이 요구된다. 그 출발점에 CBAM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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