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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수필가

어둑한 새벽 "쓱 싹 쓱 싹" 마당을 쓰는 빗자루질 소리가 들려온다. 유년 시절 아버지의 싸리비 소리다. 서둘러 커튼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밤새 하얗게 눈이 내렸다. 첫눈은 언제나 설렘이다. 깃털로 내려앉은 은빛 마당에 누군가 길을 내고 있었다. 눈을 치우는 이는 아마도 나와 같은 기억을 간직한 사람이 아닐까. 아득히 눈을 치우시던 아버지의 초상이 어렴풋이 스쳐 지나간다. 앞 동으로 옆 동으로 작은 공원으로 이어지는 오솔길까지 어느새 하얀 길을 내어놓았다. 소복이 쌓인 눈을 보며 좁다란 눈길 위를 촘촘히 걷던 어린 날의 기억들이 나래를 편다.

어릴 적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왔다. 이엉을 얹은 담장 위에도 빈 감나무 가지에도 소복이 눈이 쌓이면 먼 산과 들은 온통 은빛 세상이 되었다. 마루 끝에 서서 까치발을 하고 장에 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며 멀리 눈 내리는 장고개를 바라보던 날의 기억이 스치고 지나간다. 추위와 가난조차 눈 덮인 산야의 풍경들은 도리어 마음이 순해지고 포근하게 했다. 밤새 울던 문풍지 소리가 잦아들고 구들장이 싸늘히 식어가면 아버지는 군불을 지펴 물을 데워놓고 눈을 치우셨다. 문틈으로 들려오던 싸리비 소리와 드르륵 고밀개 미는 소리 그리고 오빠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선잠을 깬 오빠들은 귀찮다고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아버지와 함께 눈을 치웠다. 어느새 바깥마당으로 금영이 선자네로 이어지는 조붓한 골목길과 뽀드득 이어지는 그 날의 하얀 미소가 기억 너머로 손짓을 한다. 찬기조차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녹여내던 정겨운 사랑도 어느덧 세월 속으로 점점 멀어져간다.

저녁놀이 온 마을을 덮을 때면 사랑채에서 쇠죽을 쑤시던 아버지 모습이 떠오른다. 왕겨를 한 줌씩 뿌려가며 풍로를 돌리시던 촌로의 아버지, 투박한 무쇠솥 언저리에 나란히 놓인 김 서린 양말에서 따뜻한 아버지의 사랑을 읽으며 자랐다. 어디 그뿐인가. 긴긴 겨울밤 호롱불 아래 어머니와 번갈아 가며 이야기책을 읽어주시던 자상한 아버지의 초상이 그리운 날이다. 가끔 짐 자전거에 생선을 싣고 마을을 찾아오는 생선 장수가 있었다. 그가 오는 날이면 온 식구가 얼큰한 동태 국물로 배를 채우던 행복한 겨울이 눈에 아른거린다.

낭만의 나의 겨울, 알싸한 공기와 차가운 바람이 좋다. 게다가 겨울 햇살은 얼마나 맑고 아름다운지 영롱하다. 언제부턴가 노년이라는 시간에 느끼는 햇살이 젊어서와 다르다는 생각이다. 마침 말간 햇살이 거실을 가득 들어온다. 두 팔을 벌려 환영한다. 오도카니 의자에 앉아 따사로이 비추는 빛과 볕을 쪼인다. 벌써 또 계절이 저물고 한 해가 가는 자리에 나는 잘 살고 있나 돌이켜본다. 모두 감사한 마음에 또 어떻게 새해를 맞을 건가. 문득 "허송세월"하라는 어느 작가의 산문처럼 굳이 아등바등 살지 말고 허송세월 하려한다. 그럴 때 빛과 볕으로 마음이 가득 채워진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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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연희(청주 흥덕) 의원은 지난 1월 SK하이닉스가 CES 2026에서 HBM4 16단을 공개하면서 차세대 AI 메모리 경쟁력도 분명히 보여줬다고 판단했다. 이런 흐름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전망을 종합할 때 청주시가 앞으로 4년 동안 최소 1조원 수준의 법인지방소득세를 확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이 막대한 재원이 일시적으로 들어왔다가 일회성 사업이나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흩어지면 청주의 미래를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 의원은 행정 몇 사람이 아니라 청주시민이 함께 그리는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활용방안을 찾자고 가장 먼저 제안했다. 1조원 세수는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청주의 미래를 누가 어떤 원칙으로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로 판단한 것이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공론화위원회'가 6·3지방선거 민주당 주요공약으로 다뤄지는 것인가. "이번 공론화 제안은 청주에 들어올 수 있는 큰 재정을 미래의 청주를 위해, 청주답게, 또 시민답게 쓰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공약화 여부는 결국 청주시장 후보자의 의지와 판단이 중요하다. 지방선거 공약은 지역의 미래 비전과 행정 철학이 담겨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토론회에 시장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