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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2.11 17:31:42
  • 최종수정2025.12.11 17:31:42

박명애

수필가

겨울비가 내린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는 도로를 따라 물길을 내며 묵은 먼지들을 씻어내린다. 공원의 나무들도 잎새를 떨구고 아름답게 성장한 가지들을 펼쳐보이고 있다. 묵은 가지마다 새로 돋은 우듬지들은 바람길에 놓인 듯 수시로 흔들거린다. 잔가지 잎눈마다 맺힌 빗방울들이 은빛으로 달랑거리다 한꺼번에 공중으로 흩어져 빗속에 섞이면 나무는 다시 비를 모아 물방울을 키운다. 가을 바람에 비들 비들 말라가던 산수유 열매는 겨울로 깊숙이 들어가는 이 시간 찬비 속에서 붉은 꽃으로 다시 피는 듯 홀로 화사하다.

통통하게 불은 열매들이 꽃보다 곱다.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에서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온 그 붉은 산수유 열매'처럼 빗속에서도 데일 듯 뜨겁다. 더러는 땅에 떨어져 산산히 분화하여 다시 나무로 스며들거나 더러는 새들에게 주는 선물이 될 것이다. 직박구리도 동박새도 콩새도 산수유의 사랑을 먹으며 봄을 기다린다. 새가 다가와 부리를 열면 산수유는 사탕처럼 그 입속으로 기꺼이 미끄러진다. 대개 새들이 열매를 통째로 삼키는 데 비해 콩새는 겉을 둘러싸고 있는 과육을 벗겨 뱉어낸 뒤 씨앗만 먹는다. 그렇게 새와 떠난 열매는 어느숲 언덕이나 덤불 속에 떨구어져 묻힐 것이다. 긴 겨울을 묵묵히 견디며 기다린 씨앗은 봄날 여린 새싹을 내밀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리라. 기약할 수 없는 긴 시간 동면에 든 씨앗은 싹이 틀 여건이 만들어질 때까지 눈을 뜬 째 기다리고 또 기다릴 것이다.

사람들은 나무들이 계절에 순응하는 순한 삶을 산다고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나무처럼 치열하게 사는 존재도 없다. 고정된 자리에서 그저 묵묵히 견딘다고 착각하지만 뿌리는 뿌리대로 땅속에서 다른 뿌리들과 영역을 다투고 가지와 잎들은 지상 위에서 끝없는 자리싸움을 벌여야 한다. 가지와 잎을 비틀어 햇빛을 모으고 영양을 공급해 공간을 잠식해간다. 그리고 애써 키운 잎과 열매들을 곤충과 동물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과학적인 대처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게다가 폭염과 혹한을 견딜 수 있는 내성도 갖춰야 한다. 햇빛의 온기가 느리게 사그라들기 시작하는 시간부터 나무는 겨울을 준비한다. 천천히 잎맥과 가지 사이 물을 말리다 운명의 그날이 오면 물길을 닫는다. 그러면 가벼워진 잎들이 자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짧은 시간 동안 우수수 떨어진다. 그렇게 미련 없이 한해를 키워온 분신들을 냉정하게 정리해야 비로소 긴 겨울을 견디며 다시 봄을 맞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다.

자연의 섭리를 문자로만 익힌 나는 하루살이처럼 살아내다 무방비 상태로 겨울을 맞았다. 가느다란 피아노 선에 의지해 팽팽한 긴장 속을 생각 없이 걷다가 겨울 초입에 덜컥 독감에 걸렸다. 균형을 잃은 몸은 두통과 기침에 컨디션이 바닥까지 내려앉았고 결국 처방 약과 침대와 TV와 일심동체가 된 채 며칠을 흘려보냈다.

겨울은 어원은 '겻'으로 머물다는 말에서 왔다고 한다. 모든 일을 잘 마치고 추운 계절 안에서 쉰다는 뜻이란다. 겨울은 한해의 끝과 시작을 품고 있다. 그중 12월은 나무가 잎을 떨구듯 한 해를 잘 정리하고 다시 새해를 준비해야 하는 '사이'의 시간이다. 원치 않았으나 호되게 앓으며 쉬었으니 다시 새해의 씨앗을 심고 묵묵히 수양하며 다시 기다림을 견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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