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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영의 음악이 흐르는 수필 - 요하네스 브람스 : 자장가

삶의 무대

  • 웹출고시간2025.12.10 16:41:50
  • 최종수정2025.12.10 16:41:50
12월 첫 번째 맞는 일요일이다. 편안하게 쉬며 '나를 위한 선물로 무엇이 있을까' 떠올려본다. 남편 방이 조용해 살짝 들여다보았다. 그는 대낮에 깊은 잠을 자고 있다. 곤히 잠든 남편을 보며 자장가를 떠올린다. '자장가를 글로 써보자' 하며 컴퓨터를 켰다. 내가 알고 있는 많은 자장가 중에 가장 오래된 브람스 자장가에 꽂힌다. 한 해를 보내며 이 또한 나를 위한 작은 선물이 되리라.

19세기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의 자장가를 작은 소리로 불러본다. 자장가의 가락은 오스트리아 민요에서 따왔고, 노랫말은 시집 '소년의 이상한 뿔피리 DesKanben under horn'의 시를 그대로 사용해 작곡했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그는 표절 시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명성을 얻은 결과가 아닐까. 그러나 그는 표절에 대해 감추려 들지 않았다. 오랫동안 남아있는 말이 있다. "곡을 쓰기는 어렵지 않다. 정말 힘든 건 악보에서 필요 없는 부분을 구분해 찾는 작업이다"라고 한 말이 명언으로 남아있다. 자신감 있는 표현의 말이리라.

자장가를 음악적으로 살펴본다. 이 곡은 4분의 3박자로 3박자의 리듬을 타며 편안하고 행복감이 흐른다. 리듬과 가락 선율이 노랫말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게 가락이 단순하고 음역도 간단하다. 음정과 리듬의 변화가 어렵지 않아 누구나 다가가기 쉬운 곡이다.

표절 시비에도 관심이 없던 브람스는 어렵게 하는 이들이 있건만 히트하게 됐다. 지금도 초등 고학년, 중학교 음악 교재에 나와 학생들이 쉽게 브람스를 만나고 있다.

자장가의 독일어로 된 노랫말을 우리말로 안내하며 펼쳐본다.

굿 이브닝 굿 나잇 / 장미꽃을 둘러서 /정향도 꽂아서 / 이불 밑에 넣어 둘게/ 내일 아침 신께서 원하신다면 /너는 다시 일어날 거야/ 내일 아침 신께서 원하신다면 / 너는 다시 일어날 거야.

향신료 정향(丁香)을 어찌해 이불 밑에 놓았을까 의문이다. 그러나 아기를 재우려는 어머니의 마음이 노랫말에 담겨있다. 그 시절은 지금처럼 쾌적한 거실과 방을 만들기 힘들었던 시기가 아니었던가. 따라서 벌레가 생기거나, 날아들면 퇴치해 편안히 잠들게 한다는 뜻이 있다고 마무리해 본다

김숙영

수필가·음악인

여자 중학교 다닐 때의 음악 시간이 추억으로 생생하다. 학교 안에 숲으로 이루어진 정원 '희망원'이 있었다. 그 정원에 자리한 아담한 음악관이 우리 여학생들에게 꿈을 주었다. 어느 날 소프라노 S 음악 선생님이 음악 수업 도입과정으로 브람스 자장가를 선창해 주셨다. 보통 때는 생활지도부 선생님이라 복장 검사'라는 명목하에 여자의 몸가짐을 가르치신 무서운 분이셨다. 그런데 음악 선생님의 노랫소리에 넋을 잃고 말았다. 정말 아름다웠다. 그 후 음악 시간이 기다려지며 음악 선생님을 좋아하게 됐다.

음악 시간에 배운 자장가 노랫말을 떠 올리며 불러본다.

잘 자라 내 아기 / 내 귀여운 아기 / 아름다운 장미꽃 / 너를 둘러 피었네 / 잘 자라 내 아기 / 밤새 편히 쉬고 / 아침이 창 앞에 / 찾아올 때까지

자장가를 부르며 브람스의 생애를 꺼내본다. 브람스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에게 음악을 배우기 시작해 10살 때부터 대중 앞에서 피아노를 쳤다. 슈만의 후원으로 음악계에 등단해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와 지휘자로 명성을 떨쳤다. 바흐, 베토벤 이후 독일이 낳은 위대한 작곡가로 불린다. 작품으로 교향곡, 피아노곡, 가곡 등 수많은 곡을 남겼다. '대학 축전 서곡', '헝가리 무곡', '가곡 자장가' 등은 후세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브람스는 슈만의 부인이며 피아니스트인 클라라를 사모했다. 그러나 그녀는 스승님의 부인으로 사랑 밖의 인물이었다. 슈만이 죽고 난 후, 그는 독신으로 지내며, 클라라와 그의 가족들을 돌보아 주었다. 브람스는 클라라의 어린 자녀들을 잠재우며 자장가를 불렀으리라 상상해 본다.

필자가 첫 아이를 낳았을 때다. 딸은 엄마가 보고 싶었는지 엄마 뱃속이 갑갑했는지 미리 엄마를 만나러 나왔다. 조산을 한 후 세 살까지 낮과 밤이 바뀌며 잠도 안 자고 한밤중에 많이 울었다. 그때 딸을 재우려고 음악 시간에 배운 '브람스 자장가' '모차르트 자장가' '슈베르트 자장가' 우리나라 '이흥렬 자장가' '김대현 자장가' 모두를 불러주었다. 그런데도 내 아이는 잠을 자지 않고 칭얼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동요 '섬집 아기'를 부르며 안고 흔들어 주니, 딸은 쉽게 잠이 들었다.

둘째 아이는 정상 분만한 아들이라 그런지 비교적 편하게 자랐다. 아기가 눈을 비비면 업고 '섬집 아기' '꽃밭에서' 등 8분의 6박자 곡을 불러주면 쉽게 잠이 들었다. 브람스 자장가 4분의 3박자에서 같은 분위기 3박자를 더해 8분의 6박자가 엄마 품속처럼 편안해지는 분위기가 들지 않았겠느냐는 느낌이 온다. 그렇다면 '우리의 동요가 그 유명한 음악가들의 자장가보다 아기들의 정서에 맞는구나'하는 생각으로 돌려본다.

음악이 흐르게 쓰는 수필은 나에게 소소한 취미 생활이 됐다. 또한 황혼기인 나에게 맞는 안식처인가 보다. 다른 작가들이 쓴 수필을 읽으며 배우고 긍정적인 생각에 잠기는 것도 악기 없는 시뮬레이션으로 내게 다가온다. 송년을 맞으며 나를 위한 오늘의 선물로 자장가를 선택했다. 음악 속에서 찾는 천연 호르몬 치료제로 브람스가 팔순을 향해 가는 나에게 자장가 선물을 안겼다.

가수나 성악가가 아니어도 기분 좋게 부르는 노래는 정신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다. 나는 기분 좋은 날 샤워하면서 욕실에서 노래를 부른다. 그러면 울림소리를 받아 발성이 잘된 가수인 것처럼 내 귀에 들린다. 언제 어디서든 기회를 놓치지 말고, 노래 부르자. 산책하며 부르는 노래는 확실히 건강에 도움을 주리라. 크게 부르기 어려우면 작은 소리로 아니면 소리 없는 스트리밍으로 노래할 수 있지 않은가.

오늘은 글을 쓰며 어울리지 않지만, 중학교 때 배운 브람스 자장가를 부르고 있다. '잘 자라 내 아기 내 귀여운 아기 아름다운 장미꽃 너를 둘러 피었네'. 나를 위해 선물한 브람스 자장가가 수필로 삶의 무대에 꽃을 피운다.

*시뮬레이션(simulatlon): 필요한 부분을 구현한 후 무한에 가깝게 반복하는 행위.

참고 문헌

'중학교 음악 2' ㈜ 미래엔.

'정다운 애창곡' 가곡사랑 동우회.

'서양음악사' 심설당. '음악대사전' 세광음악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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