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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논설위원

미성년시절 저지른 범죄 의혹이 제기된 지 하루 만에 대한민국 전(前) 배우로 프로필이 변경된 조진웅은 우직하고 도덕적이며 정의로운 이미지의 배우다. 2024년 44회 황금촬영상 OTT부문 특별연기상과 서울국제영화대상 영화배우가 선정한 최고 배우상 등을 수상한, 물 오른 배우 조진웅의 갑작스런 은퇴소식은 파장이 컸다.

각종 범죄 혐의로 기소돼 곤욕을 치른 전력이 있는 가수 이정석은 조진웅 사건이 터지자 애꿎은 대중을 향해 그동안 누르고 있었던 듯한 분노를 쏟아냈다. "연예계 은퇴? 왜 그렇게까지 만드나, 너희는 그리 잘 살았고 살고 있나, 세상이 안타깝고 더럽다"

이제까지 착하게 살았고, 성실히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잘 살기 위해 조심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을 모욕한 생각 없는 도발이었다. 이정석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무례한 외침은 비난 여론에 밀려 삭제된 상태다.

조진웅의 정치적 성향과 결을 같이하는 진보 진영 인사들 역시 이정석 못지않게 조진웅을 두둔하고 있다. 특히 애정 절절한 호소가 대한성공회 송경용 신부의 글이다.

1993년 여자 청소년 쉼터, 1995년 남자 청소년 쉼터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송신부는 "조진웅 배우, 돌아오라"는 제목으로 '크고 작은 범죄로 경찰서에 들락거리는 것이 일상이었다'면서 '이런 아이들 대부분이 그 폭풍 같은 시절을 지나 잘 살고 있다'고 했다.

덧붙여 '그 시절을 들춰내 오늘의 시점에서 판단하면 그 아이들은 크게 숨을 쉬어도 안 되고, 살아 있어도 안 된다'며 '어린 시절 잘못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받고 반성하면서 살아간다면 오히려 응원을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을 페이스 북에 올렸다.

보좌관의 성범죄를 옹호해 비판을 받았던 더불어 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송 신부의 글을 빛의 속도로 공유하며 한마디를 보탰다. "청소년 시절의 잘못을 어디까지, 어떻게, 언제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고민이 깊어진다."

소년범 출신 유명배우 스티븐 맥퀸을 예로 들며 '사람 중에 못 자국 하나 없는 사람은 없다'라거나 '소년법은 교화를 목적으로 한 사회적 합의인데, 이미 교화된 사람을 30년 전 범죄경력으로 매장한다면 이는 공동체가 마련한 사회적 시스템을 스스로 부수는 것'이라는 주장들도 눈에 띈다.

한인섭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조진웅의 과거 범죄 이력을 보도한 디스패치를 맹비난했다. 청소년 시절에 잘못했고, 응당한 법적 제재도 받았는데 '수십 년 전의 과거사를 끄집어내어 현재의 성가를 생매장시키려 든다면, 사회적으로 준엄한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그 연예인이 아니라 그 언론이다'라는 주장이다.

봇물 터진 조진웅 옹호 발언들을 대하자니 비난을 받아야할 대상이 과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인지 그 사실을 보도한 언론사인지 어리둥절해진다.

이미 처벌을 받은 과거의 잘못이 계속해서 한 사람의 발목을 잡는다면 그보다 가혹한 형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유희처럼 저지른 과거의 범행으로 인해 평생 아픔을 겪는 피해자의 입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광복 80주년 행사 이후 아무런 잡음이 없었던 조진웅에 대한 제보가 쏟아졌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정의로운 투사의 이미지로 광복 80주년 경축식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낭독하고, 광복절 이틀 뒤 자신이 내레이션을 맡은 다큐멘터리 독립군 영화를 대통령 부부와 관람한 그를 용납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철부지 시절의 조진웅에게 발목을 잡힌 성인 조진웅이 참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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