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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문명 세계에서 인간이란 존재는 비참하다. 인간은 그 속에서 신음하고 고뇌한다.'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 언술이 떠올려지는 요즘이다. 숨 가쁘도록 하루가 다르게 문명의 휘황한 불빛은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반비례해 현대인 삶은 날이 갈수록 팍팍하고 시간에 쫓기듯 여유가 없다.

이런 현상은 식당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얼마 전 점심시간 동네 식당에서 일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식사가 나오자 허둥지둥 밥그릇을 비운다. 이들이 이렇듯 여유롭게 식사를 못하는 것은 업무에 쫓기기 때문일 것이다.

평소 필자 역시 급히 식사를 하곤 한다. 이런 식사 습관은 성격 탓인지도 모르겠다. 뒤돌아보니 매우 유별난 성향에 갇혀서 스스로가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다. 무슨 일이든 미리미리 준비를 해놔야 직성이 풀렸다. 책상 위의 책들도 키 높이 대로 가지런히 꽂곤 하였다. 침대 위의 침구들도 반듯하게 개켜져 있어야 한다.

이 습관은 어려서 어머니 가정교육 탓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가정교육에 매우 엄격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이불 네 귀퉁이가 맞도록 개어놓아야 불호령이 안 떨어졌다.

비록 사소한 일일지라도 정형화 및 규격화 시키는 일에 익숙해서인가 보다. 성장해서도 제 버릇을 못 고친 채 살아왔다. 이런 일들이 내 자신에게만 국한 된 게 아니었다. 때론 타인에게도 강요한 듯하여 못내 뉘우쳐진다. 특히 세 딸들에게 심했다. 어떤 사안을 행할 때 유비무환(有備無患) 정신을 갖추도록 타이르곤 하였다. 어려서 그네들한테 공부하라고 잔소리는 안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몇 가지는 누누이 말했다.

'모든 일을 미리 준비하고 또한 그 일을 어떻게 구상 할 것인가.' 생각하라는 말이 그것이다. 즉 신속성, 정확성보다 지혜를 모으라고 밥상머리 교육을 시켰다.

현대는 필자가 어렸을 때처럼 어리숙한 시대가 아니다. 컴퓨터에 검색만 하면 온갖 해답을 구할 수 있다. 심지어AI 시대까지 도래 했잖은가. 이렇듯 대명천지(大明天地)인 세상이다. 이런 세태 탓인가 보다. 온갖 사고와 사건으로 얼룩진 2025년도 한 해이다. 이를 불과 며칠 앞두다 보니 문득 엉뚱한 생각마저 든다. 밝아오는 2026년도엔 그동안 상실한 인간성을 회복 하였으면 하는 외람된 바람이다.

이것은 이즈음 텔레비전 뉴스에 식상해서이다. 연일 뉴스는 진실공방 투성이다. 진실은 항상 걸음이 느리나, 그것엔 거짓과 위선을 이기는 힘이 분명코 내재돼 있잖은가. 그 힘은 마음자락이 정도(正道)에 놓였을 때 발현된다. 공자 왈 같겠지만 쓴 소리 한마디 하련다. 헛발질을 안 하고 원칙과 정도를 걷는다면 어찌 탈이 날까· 또한 타인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난 및 손가락질 받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인생이 높은 사회적 신분 못지않게 성공한 삶이라면 너무 단순하며 뻔한 진리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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