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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2.04 14:42:40
  • 최종수정2025.12.04 14:42:40

문승민

세명대 교수

지난 2024년 8월 헌법재판소가 내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헌법불합치 결정은 NDC 수립에 강력한 법적, 도덕적 구속력을 부여했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판시가 2031년 이후의 구체적인 감축 목표가 부재한 현행법이 미래 세대에게 과도한 감축 부담을 전가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강조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법적 판단은 정부가 2035 NDC를 수립함에 있어 행정적 재량을 넘어 과학적 사실과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정의로운 감축 경로를 설정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2035 NDC는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최종 목적지를 향해 가는 과정이며, 현재 세대가 감당해야 할 몫을 회피하지 않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설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와 관계 부처는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를 53%에서 61% 감축하는 복수안을 제시하였다. 이중 61%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권고하는 1.5°C 지구 온난화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국제 기준에 근접한 수치인 반면, 53%는 2050년 탄소중립 시점까지 매년 동일한 양을 감축한다고 가정한 '선형(Linear) 감축 경로'에 기반한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가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규제 정책인 배출권거래제(ETS)의 할당 총량(Cap)을 상한선(61%)이 아닌 하한선(53%)에 맞춰 설정하겠다고 발표한 데 있다. 이는 명목상으로는 국제 기준을 포함하는 목표 범위를 제시하여 규범적 의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실제 정책 집행은 가장 소극적인 경로를 택하겠다는 이중적인 태도로 간주된다.

그간 정부와 산업계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설정과정에서 "제조업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실제 산업부문의 감축 목표(24.3%에서 31.0%)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감축 목표를 고려한다면, 턱없이 낮은 수준임은 확실하다. 따라서, 정부가 제시한 2035 NDC 하한선 53%는 현재를 위해 미래의 생존을 담보 잡는 근시안적인 선택이다.

국제사회는 이미 '탄소 무역 전쟁'에 돌입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은 탄소를 줄이지 않는 국가와 기업에게 징벌적 비용을 부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낮은 목표(53%)와 느슨한 규제를 설정한다면, 한국 기업들은 국내에서 아낀 비용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을 해외 국경에서 세금으로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는 만큼"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만큼" 목표를 설정하고, 국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달성해내는 것이다. 배출권거래제 강화, 재생에너지 대폭 확대, 탄소차액계약제도 도입 등 실질적인 정책 수단을 통해 한국 사회를 탈탄소 경제로 대전환해야 한다. 2035년은 먼 미래가 아니다. 지금의 결정이 10년 뒤 대한민국의 국격과 미래세대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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